2023. 2. 2. 00:41ㆍ소중한 어제-과거의 글자취
어제 아침에는 비가 내렸다.
간간히 불어오는 조금 차가운 바람에도
겨울에 낭만 한 조각을 던져주는
꽤나 괜찮은 빗줄기였다.
비와 찬바람의 적절한 조화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겨울풍경의 또 하나의 모습이다.
창문 두드리며 사르르 떨어지는
힘찬 빗소리를 들으며
안에서 창밖으로 내다보는 내 마음이었다.
순간 마음 한 구석에 작은 바람이 일었다.
이 겨울비는 하늘이 내리는 선물 같다.
그 동안 내려 길가에 쌓이고 쌓여 얼어붙고 굳어진
단단한 눈과 얼음 둔덕이 이 비에 조금씩 녹아
다시 본래 거리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하는 듯했다.
그래서 마음에 작은 웃음이
이른 봄날 쌀쌀한 바람에도 돋아나는 새순처럼,
어느 따스한 봄날 햇살 가득한 날에 하늘 향해
아른아른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처럼 모락모락 피어났다.
웃음 속에 작은 바람을 담았다.
‘찬바람 맞으며 힘껏 내리는 비야!
저 눈 어름을 다 녹여다오.‘
그런데 저녁나절 폭풍주의보에 따라
갑자기 이어달리기라도 하듯이
눈발이 끊임없이 내리고 또 내렸다.
어느 새, 또 다시 지면이 온통 새 하얗게 변했다.
밤새 피곤하지도 않은 듯 내리고 또 내렸다.
이 아침 다시금 쌓인 눈을 본다.
새롭게 펼쳐지는 하루의 풍경이다.
이 눈 다시 밀리고 밀려 둔덕을 이루겠지만
햇살 돋고 혹시 비라도 내리게 되면
내 마음에는 다시 작은 바람이 일게다.
‘이 햇살, 이 비가 이 단단한 눈 둔덕을 녹이겠지.’
이 바람 또 다른 상황으로 인해 잠시 미루어져도
어느 날,
겨울이 떠나고 그 빈 자리에 봄이 다시 찾아오면
어김없이 이루어지리라.
그때까지는
아직도 여러 번 이렇게 내리고 녹다가
다시 내리고 녹다가
또 다시 내리고 녹을 것이다.
그래도 이 작은 소망을 가슴에 꼭 품고
이 계절을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 이 추운 계절을 살아가는
이 변화 많은 계절을 살아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목, February 3, 2022; mhparkⒸ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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