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손가락에 피는 꽃>

2023. 2. 2. 00:36소중한 어제-과거의 글자취

끊임없이 눈이 내린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것 같은데도

때가 겨울임을 상기시켜주려는 듯

내리고 또 내리며

차가운 대지에 하얗게 수를 놓고 있다.

 

정원의 푸른 잔디 잎들

이에 질세라 고개를 들고 또 들지만

내리는 눈의 힘에 눌려

이내 겸손히 고개 떨구며

소리 없이 눈 속에 잠긴다.

 

바람도 없는 평온한 날인데

내리는 눈송이들 자기들도 추운 듯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대지에 눕는다.

 

펄펄 허공을 가르며 내리다

옷 벗은 앙상한 겨울나무

그 손가락들 사이에 다소 곳이 내려앉아

예쁘게 무늬를 놓지만

나무는 손가락들이 참 시리기도 하겠다.

그래도 불평 없이 눈송이들을 품는

겨울나무 손가락들은 참 인자하기도 하다.

 

이렇게 눈 내리는 추운 날씨에도

아름다운 옷을 입고 추위를 견디는

겨울나무 손가락 마디마디에

아름답게 핀 겨울 눈꽃의 풍경을 보며

삶의 역설을 생각한다.

 

늘 거기에 서 있는 나무들

오늘 기별 없이 손님으로 찾아온 눈송이들

그 둘이 조화를 이루며

멋진 겨울풍경을 자아낸다.

 

오늘 아침

내리고 또 내리는 눈을 보며

잠시나마 낭만에 젖는다.

 

겨울나무야,

나무 손가락들아,

고맙다!

(, January 23, 2022; mhpark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