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게 지는 잎>

2023. 2. 1. 10:52소중한 어제-과거의 글자취

가을의 풍경에는 여러 얼굴이 있다.

가을의 나뭇잎 풍경에도 여러 얼굴이 있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푸르른 잎이 있는가 하면

아름답게 물든 노란 잎, 붉은 잎도 있다.

 

가을이 되어도

잎이 지지 않는 나무가 아닌데도

가을이 되면 자기를 위해

잎을 떨어내야 하는 나무인데도

아름답게 물들지 않는 잎도 있다.

봄에서 가을까지

늘 푸르고 푸르게 살다가

그 모습 그대로 지는 잎들도 있다.

 

어떤 잎들은 가을이 되기도 전에

비바람 폭풍우 속에 흔들리다

안타깝게도 너무나, 너무나 일찍

푸르게 지는 잎들이 있다.

 

그 기구한 사연 다 알지는 못하지만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일찍 지는 잎들의 짙은 아픔을

가슴 깊이 함께 슬퍼한다.

 

그리고

늦가을까지 늘 푸르게 살다가

푸르게 지는 잎들을 보며

아름답지는 않지만

마음에 깊은 울림을 받는다.

언제나 그 한결같은 모습에

마음속 깊이 무한한 감동을 받으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의 계획과 뜻을 다 알지 못하기에

그저 푸르른 잎은 푸른 잎대로

아름답게 물드는 잎은 아름답게 물든 잎대로

유유히 바라보며 계절을 느낀다.

그의 뜻을 생각한다.

 

푸르게 지는 잎의 이유를

잘은 알지 못하지만

아름답게 물들어 가면서

주변에 기쁨을 주며 져가지는 못해도

푸르게 지는 잎처럼 늘 푸르게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푸르게 지는 잎이 되고 싶다.

(, November 29, 2021; mhpark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