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두 신호등>

2024. 6. 9. 09:20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특별한 일이 있어서 타지에 갔다가 이틀을 유료 주차장에 주차하게 되었다. 주차장이 없는 숙소를 얻었기 때문이다. 차를 주차하고서 근처의 숙소로 걸어가고 있는데 신호등에 걸려 잠시 멈추어 서게 되었다. 적잖이 더운 날 신호등이 빨리 바뀌기만을 바라면서 그냥 별다른 생각 없이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좌우로 신호등이 눈에 들어왔다.
 
평시에 운전하거나 걸어갈 때 늘 접하는 신호등이지만 그날은 그 신호등들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멈춤’을 의미하는 원으로 된 빨간색 신호등은 갈았으나 ‘진행’을 의미하는 원으로 된 녹색 신호등은 원이 아닌 녹색 화살표였다.
 
그렇게 멍하니 서 있는데 인생길을 걸을 때 우리 앞에 켜지는 두 종류의 신호등에 관한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잠시 후 신호등이 바뀌었고 길을 건넌 후에 숙소로 향했다. 숙소를 향해 걸으면서 그 두 종류의 신호등에 관해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렸다.
 
우리가 인생길을 걸어갈 때도 두 종류의 신호등, 곧 빨간색 신호등과 녹색 신호등이 나타난다. 그런데 물리적 길 위의 신호등은 우리가 예상할 수 있도록 정해진 시간과 순서에 따라 규칙적으로 번갈아 바뀌나 인생길 위의 두 신호등은 그렇게 정해진 순서에 따라 규칙적으로 나타나지 않을뿐더러 신호등의 시간도 불규칙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예측할 수가 없다.
 
어떤 경우에는 그리고 어떤 사람은 일정 기간 특별한 문제가 없이 길을 가게 된다. 녹색 신호등이 계속 펼쳐진다. 설사 저 앞쪽에 빨간색 신호등이 보이다가도 가까이 갈수록 저절로 녹색등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러다가 가끔 빨간색 신호등이 나타난다.
 
다른 경우에는 그리고 어떤 사람은 긴 기간 동안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길을 가게 된다. 하는 일마다 잘 안된다. 길이 막히고 또 막힌다. 빨간색 신호등이 계속 펼쳐진다. 그러다가 가끔 녹색 신호등이 나타난다.
 
때로는 인생길을 걷다가 몸도 마음도 힘이 들어서 어느 정도 또는 좀 길게 멈추어 서서 그냥 있고 싶은데 녹색등이 오래 켜져 멈추지 못하고 계속 걸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어떤 때는 인생길을 걷다가 힘도 있고 의욕도 생겨서 계속해서 걷고 싶은데 갑자기 빨간색 신호등이 나타나 발걸음을 멈추게도 한다.
 
이런 경우들은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의 인생이 그렇다. 그럴 때는 마음에 깊은 고민이 생기도 한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지혜로운가? 막상 그런 상황에 있게 되면 쉽지 않다. 잠시 쉬고 싶은데도 계속 녹색등이 나타나면 마음을 정해서 잠시 쉬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계속 가고 싶은데 빨간색 신호등이 계속 나오거나 오래 지속이 되는 경우 답답하고 어려울지라도 빨간색 신호등을 잠시 쉬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잠시 쉬면서 녹색 신호등을 기다리는 것도 현명한 처사이다. 그렇다고 그냥 멈추어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제자리에서 계속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자기가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것을 하는 것이다.
 
길을 가다 보면 가끔 그런 경우를 목격하게 된다. 길을 따라 가볍게 뛰어가는 사람이 빨간색 신호등을 만날 때 어떤 사람은 그냥 멈추어 서서 숨 고르기를 하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멈추지 않고 제자리에서 가볍게 뛰다가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면 계속해서 뛰어간다.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각자에게 달려 있다. 자기에게 맞고 좋은 것을 택하면 된다.
 
누구에게나 있는 인생의 두 신호등이 나에게도 있었고 앞으로 걸어가는 길에도 있을 것이다. 두 신호등을 따라 걸어오면서 경험적으로 배운 지혜들이 앞으로 걸어가는 길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걸어가는 길에 경험이 온전한 것은 아니나 인생의 좋은 친구이자 인도자임이 틀림없다.
 
인생길의 두 신호등을 깊이 인식하면서 빨간색 신호등이 나타나든 녹색 신호등이 나타나든 ‘온고지신,’ 곧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로운 것을 앎’의 마음과 태도로 매일매일 주어지는 유한한 길을 정성스럽게 걸어가는 발걸음은 고귀하고 아름답다.
(토, June 8, 2024: mhparkⒸ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