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가 꿈꾼다 (14): 린드, 이제는 네가 새로운 스승이다!>

2024. 4. 28. 07:56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가수 조용필 씨가 부른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노랫말에 이런 부분이 있다.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 둬야지.”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필연적인 감정 중의 하나는 허무함이다. 허무감은 모든 것이 지나가는 이 세상의 실존적인 존재인 인간 됨의 한 부분이다. 그래서 인간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살아가면서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죽음에 가까이 갈수록 더 강해지는 감정이다.
 
인간은 대부분 그런 속성으로 인해 살아가는 동안 의미 있는 것을 추구하려고 하고 무언가 자신이 살면서 성취한 것을 남기고 싶어 한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인생은 허무한 것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리’ 하면서 그냥 되는대로 살아가는 사람도 무수히 많다.
 
그러나 대부분은 자기 인생에서 무언가 특별하거나 의미 있는 것을 추구한다. 그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성향이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인간의 그러한 보편적인 마음 상태를 노랫말에 담은 것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속담도 그런 함의를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얻을 수 있는 복 중의 복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특히, 자기의 삶을 증진해 줄 수 있는 훌륭한 스승 또는 지도자를 만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자신이 전 생애를 통해서 이룩한 것을 물려받아 자신의 것으로 삼고는 계속해서 진행해 갈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일평생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무언가 전해주거나 물려줄 수 있는 것을 지닌 사람은 멋진 인생을 살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고 전해 받거나 물려받으려고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복이다. (‘내 인생에서 당신을 만나게 되어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행복감에 젖게 될 것이다).
 
갈매기 조나단에게는 이러한 두 가지 복이 있었다. 조나단은 날고 싶은 꿈 하나 때문에 겪지 않아도 될 많은 어려움과 실패 그리고 좌절을 경험해야 했다. 그러나 성취하고 싶은 꿈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나는 일에 매진함으로써 드디어 그렇게 바라던 자기 꿈을 이루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자기와 같은 갈매기 플레처 린드를 만나 자기가 터득한 기술로 가르치면서 자기처럼 마음대로 멋지게 날 수 있는 갈매기로 길러냈다. 그리고 그러한 가르침을 통해 비행 기술을 전해줌으로써 또 다른 자기와 같고 린드와 같은 미래의 갈매기들이 꿈을 이루어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그러한 제자 플레처 린드가 다시금 자기와 선생 조나단이 다른 제자 갈매기들과 함께 갈매기 무리로부터 매우 험한 꼴을 당하고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을 때 이렇게 물으면서 말했다. “오래전에 하셨던 말씀 기억납니까? 돌아가서 그들이 배우려 한다면, 그것을 배우도록 도와줄 만큼 무리를 사랑하느냐는?…저는 선생님을 죽이려고 달려들었던 갈매기 무리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조나단은 린드의 말을 들은 다음에 ‘모든 갈매기가 지닌 착한 마음을 보고 갈매기들이 스스로 그것을 알도록 도와주어야 하는데 그것이 자신이 말한 사랑이야’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에 조나단은 거칠고 젊었던 예전의 린드의 모습을 상기시키면서 지금 여기서는 지옥 같은 상황에서 하늘나라를 건설했고 앞으로는 모든 갈매기를 그 길로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린드는 그럴 수 없다고 말하면서 조나단이 가르쳐야 하며 떠나면 안 된다고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조나단은 가르침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갈매기, 수많은 플레처 린드가 있을 것인데, 그 갈매기들은 조나단 그 자신 이상의 어떤 선생을 필요로 할 것이고 그게 바로 린드라는 것이었다.
 
린드가 ‘자신은 평범한 갈매기일 뿐이고 선생님은…’이라고 말을 이어가려 할 때, 조나단은 도중에 린드의 말을 끊으면서 말했다. ‘신 갈매기의 단 하나뿐인 아들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겠지?’ 그런 다음에 ‘린드에게는 더 이상 자신이 필요하지 않으며 매일 조금씩 참된 자기 자신을 발견해야 하고 그것이 스스로를 가르치는 길’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을 이해하고 연습하라’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다음의 두 가지를 당부했다. 하나는 ‘자신은 그저 날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갈매기이기에 다른 갈매기들이 자신에 대해 엉뚱한 소문을 퍼뜨리거나 신으로 만들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눈이 보여주는 것은 모두 제약이기에 눈이 말하는 것을 믿지 말고 린드 자신의 이해심으로 보고 이미 알고 있는 걸 발견해 내면 나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에 조나단은 허공으로 사라져버렸고 린드만 남게 되었다.
 
이제는 선생 갈매기 조나단의 시간은 가고 제자 갈매기 린드의 시간이 왔다. 린드는 자기를 멋지게 길러준 조나단처럼 자기의 제자가 될 갈매기들을 자기보다 더 뛰어난 갈매기들로 멋지게 길러내야 한다. 그것이 린드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린드는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분명 선생 갈매기 조나단처럼 그러한 사명을 멋지게 감당할 것이다. 그 선생의 그 제자이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선생에게 가장 보람이 되는 일 중 하나는 배우는 학생이 잘 배워서 장차 자기가 속한 곳에서 훌륭한 역할을 감당하면서 사는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가능하다면 가르치는 선생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되어서 다시금 자기보다 더 뛰어난 제자들을 길러내는 것이다. 그래야 그 분야가, 더 나아가서는 사회와 세상이 더 나아지고 발전해 갈 수 있게 된다.
 
물론, 배우는 모든 학생이 가르치는 선생의 바람대로 되는 것은 아니어서 실제로는 모두가 잘 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선생에게 잘 배우고 선생보다 더 나은 그런 학생들이 있게 마련이다. 많은 경우에 어느 분야의 학문과 기술 그리고 사회의 발전은 그런 사람들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선생과 제자의 교육적 이야기는 그렇게 진행된다.
(토, April 27, 2024: mhparkⒸ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