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가 꿈꾼다 (15): 그 스승에 그 제자: 미래를 담은 매우 아름답고 희망찬 관계>

2024. 5. 2. 10:10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부모가 자녀를 선택할 수 없듯이 자녀도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 그러나 자녀를 가질지 말지는 부모가 선택할 수 있다. 자녀의 출생권은 전적으로 부모에게 있다. 자녀는 그것마저도 없다. 그런 점에서 자녀는 약자다. 선택권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부모가 자기의 선택과 결정권으로 자녀를 가졌으면(설사 계획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낳았으면) 자녀를 잘 양육하는 것은 부모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다. 자기들이 결정해서 낳은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기들의 부모에게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라 자기들의 부모가 선택하고 결정해서 낳은 것처럼, 자녀는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니고 부모가 선택하고 결정해서 낳은 것이다.
 
그럼에도 자녀는 자기가 원해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지만 자기를 낳아 존재하게 해준 부모를 존중하면서 부모의 양육과 지도를 잘 받아 좋은 인간으로 자라고 멋있는 인생을 살아갈 책임이 있다. 이런 점에서 책임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있다고 하겠다. 부모는 자녀를 잘 양육할 책임이 있고, 자녀는 부모의 가르침을 존중하면서 잘 자랄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부모는 양육하면서 모범을 보이고 자녀는 그것을 잘 따라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녀는 부모를 닮게 되고 부모는 자녀의 본보기가 된다. 이런 점에서 ‘대대로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하는 것’을 의미하는 “부전자전”(Like a father, like a son)이란 말은 적절하다.
 
그렇게 되면 정말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 된다. 아주 이상적이고 멋진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대대로 이어지면 명문 가정이 되고 그런 명문 가정이 많아지면 저절로 명문 나라가 되게 된다.
 
‘부전자전’이란 말을 스승 조나단과 제자 린드에게 그대로 적용하여 사자성어를 만들어보면 ‘사전제전’(like a teacher, like a pupil, 師傳弟傳)이 된다. ‘그 스승에 그 제자,’ 곧 대대로 스승이 제자에게 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자는 훌륭한 스승을 닮게 되고 스승은 전도유망한 제자의 본보기가 된다. 실제로 조나단과 린드는 그런 관계였다.
 
조나단이 자기 곁을 떠난 뒤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대를 이어 새로운 스승이 된 제자 린드는 자기에게 배우러 온 갈매기들을 맞이하여 스승 조나단이 가르쳤던 방식대로 가르치게 되었다. 린드는 공중으로 높이 날아오른 다음 젊은 갈매기들을 향해 엄숙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우선, 너희는 갈매기가 무한히 자유로운 생각, 신 갈매기의 모습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하고, 너희의 몸은 날개의 끝에서 끝까지 너희 생각 그 자체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정확히 스승 조나단 갈매기가 자기들에게 강조하여 말하던 것이었다. 린드는 자기에게 배울 제자 갈매기들에게 그 핵심을 그대로 말한 것이다.
 
그 젊은 갈매기들이 린드가 가르친 대로 배우게 되면, 그들도 또 다른 스승이 되었을 때 똑같은 원리를 말하면서 가르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갈매기가 나는 것을 배울 때 명심해야 할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린드가 처음 조나단에게 그 말을 듣고 이해하지 못했던 것처럼, 린드의 제자들도 그 말의 의미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젊은 갈매기들은 그 말을 듣고서 ‘도대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라고 묻고 싶었던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과 눈빛으로 린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그저 공중제비 법칙을 배우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린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자기에게 배우러 온 갈매기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하나하나 바라보면서 “우선 수평 비행부터 시작하자”라고 말했다. 린드는 그렇게 말하면서 오래전에 자기들에게 같은 모습으로 말했던 조나단이 솔직히 말해서 지금의 자신과 다를 바 없는 한 마리의 평범한 갈매기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린드 자신이 평범한 갈매기였기 때문이다.
 
린드는 ‘한계란 없다’라는 스승 조나단의 말을 상기하면서 ‘열심히 하여 자기가 있는 그곳으로부터 선생 조나단이 있는 곳에 나타나 비행에 관해 한두 가지를 보여 줄 시간’을 꿈꾼다. 린드는 스승 조나단이 자기들을 대하던 모습을 생각하면서 적당히 엄하게 보이려고 했으나 조나단에게 그들이 그렇게 보였던 것처럼 린드에게도 제자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제자들의 모습이 아주 사랑스러워 보였고 그들의 진정 어린 모습에 깊은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
 
린드는 자기에게 배우는 갈매기들을 보면서 이전 조나단의 가르침과 말의 의미를 하나둘 깨닫기 시작했고 조나단이 자신들을 대했던 방식, 곧 사랑의 방식으로 배우는 갈매기들을 대하게 되었다. 린드는 자기의 제자 갈매기들과 함께 자기의 스승 조나단 갈매기의 ‘한계란 없다’라는 가르침을 따라 “끝없는 배움의 경주”를 시작하였다. 그것이 “갈매기의 꿈”의 마지막 장면이다.
 
무언가를 배울 때 처음에는 그 내용이 적잖이 낯설기에 다루기에 너무 커 보이고 습득하기에 너무 어려워 보이고 도달하기에 너무 멀어 보인다. 배우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런 마음이 들게 되어 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해가다 보면 익숙해지고 나아지게 되고 결국에는 자기가 원하는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게 된다. 그것이 가르침의 영향력이고 배움의 힘이다. 스승 조나단 갈매기와 제자 린드가 그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따라서 린드의 제자들도 그렇게 될 것이고 그런 길을 성실하고 진지하게 가는 모든 제자도 그렇게 될 것이다.
 
꿈도 마찬가지다. 어떤 것을 꿈을 꾸고 그 꿈이 무슨 일이 있어도 인생에서 꼭 이루고 싶은 것이라면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가다 보면 언젠가 때가 되면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그것이 갈매기의 꿈, 바로 그 꿈이 가르치는 진리이다. 그 진리는 그대로 맞다. 갈매기의 꿈!
(수, May 1, 2024: mhparkⒸ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