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혼자 남는 인생을 위한 선물>

2024. 2. 8. 00:03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이기에 혼자 살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함께 살아간다(인간은 사회적 인간[a social human being]이지 사회적 동물[a social animal]이 아니다. 인간은 인간이고 동물은 동물이다. 인간은 동물이 될 수 없고 동물은 인간이 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사람은 공존의 존재이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오래도록 함께하는 존재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나 그들은 모두 일시적으로 함께한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만났다가 헤어지고 함께하더라도 각자 자기 삶을 영위하면서 관계를 이어간다. 직장생활이나 가족생활 또는 친구 관계 같은 경우가 그렇다.
 
심지어는 부모나 자녀 또는 남편이나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도 길이로 보면 사람이 자기 자신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길지 않다. 사람은 자기 자신과 나뉠 수 없기에 자기 자신과 가장 오래 함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적잖은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등한시하면서 살아간다. 다시 말하면 대인 관계, 곧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는 관심과 힘을 기울이면서도 대아 관계, 곧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는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자신과 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살지 않기에, 자기 자신과 관계를 맺는 방법을 잘 모르기에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해주면서 자신에게 잘해주지 못하고 살기에 혼자가 될 때, 특히 나이가 들어서 노년에 이르게 되어 혼자 지낼 수밖에 없게 될 때 어찌할 줄을 모르고 그냥 멍하니 시간을 허비하면서 살다가 세상을 떠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노인의 약 80퍼센트가 그냥 텔레비전을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특별히 할 게 없어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시간을 때운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왜 그럴까? 아마도 살아오면서 평시에 그런 것을 해본 적이 거의, 아니 전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알고 노는 것도 놀아본 사람이 놀 줄 안다고 한다. 자신을 위한 시간 사용과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할 줄 아는 사람은 해보았기에 할 줄 아는 것이다. 할 줄 모르는 사람은 해본 적이 없기에 할 줄 모르는 것이다.
 
개인에게 있어서 시간은 그 가치에 있어서는 어릴 때나 어른이 되었을 때나 노인이 되었을 때나 아무런 차이가 없다. 모든 시간이 자기 인생을 구성하는 귀한 요소이다. 어리거나 젊다고 해서 시간을 귀하게 사용해야 하고 노인이 되었으니까 시간을 그냥 무료하게 보내라고 하는 법은 없다. 말 그대로, 시간 사용은 나이에 상관없이 자기 하기 나름이다.
 
노년에도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려면, 젊을 때 자기 자신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고 실천하며 살 필요가 있고 그 무엇이든 자신만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살다가 혼자 있게 될 때나 나이가 들어서 어쩔 수 없이 혼자 지내게 될 때 그 상황에서 무료하게 지내지 않고 활력적으로 보낼 수 있다.
 
사회생활을 하고 또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기에 많은 시간을 내지 못할지라도 틈틈이 시간이 날 때 또는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어서 젊을 때부터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자기를 위한 것을 해 나간다면, 그것은 훗날 자기 혼자 남는 인생의 시간을 위한 귀한 선물이 될 것이다. 그런 것은 이른 나이에 시작할수록 좋다.
 
인간은 누구나 나이가 들어간다. 결국에는 은퇴하고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게 되어 혼자 남게 된다(아니면 자신이 먼저 떠나게도 된다). 그럴 때도 젊은 시절처럼 활기차고 의미 있게 살아가려면 자기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법을 알 필요가 있다. 그러니 자기만의 고유한 방법을 배우고 발전시키고 실천하는 사람이 지혜롭다.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기 전 호숫가를 걷는데 어디선가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바람을 타고 은은하게 들려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해가 조금씩 수평선 너머로 기울어가는 시간에 저 멀리 등대 아래에 놓인 벤치에 어떤 남자가 홀로 앉아 호수를 바라보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낭만적으로 보였다. 그는 홀로 앉아 자기 자신과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화, February 6, 2024: mhparkⒸ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