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떠난 빈자리에는>

2023. 11. 26. 00:31생각 위를 걷다

여름 내내 머물던 배들이
모두 집을 찾아 떠나 텅 빈 작은 부두는
늦가을이 되면서 어딘가 쓸쓸해 보인다.
 
쌀쌀한 바람에
어둠이 깃들어서 그런지
쓸쓸함에 적막하기까지 하니
더 쓸쓸하게 느껴진다.
 
그나마 밤이 깊어가도
배들이 머물던 자리에
작은 불빛들이 반짝이며
배들의 빈자리를 채우니
부두는 쓸쓸해도 그럭저럭 견딜 만하다.
 
더욱이
언제나 거기 그 자리에 있는
부두 곁의 정겨운 찻집이
그 허전함을 적잖이 덜어준다.
 
찻집 창문으로 새어 나오는
은은한 불빛의 온화함은
향긋한 커피 향만큼이나 감미롭게 느껴진다.
쓸쓸해 보이는 부두에
짙은 포근함을 덧입힌다.
 
호숫가의 어둠이 짙어가듯이
세월의 폭이 굵어지고
생의 계절이 늦가을을 지나 겨울로 향할 때
내 마음의 부두에 머무는 배들이
하나둘 떠나가더라도
부두 곁에 찻집은 늘 곁에 있어서
나를 바라봐 줄 터이니
그대 집 찾아 떠나가더라도
그리 쓸쓸하지 않으리라.
 
설사 그렇게 느껴지더라도
찻집에서 새어 나오는 은은한 불빛에
그 마음을 적시며 달래리라.
(토, November 25,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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