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낙엽 위의 단풍 발자국>
2023. 10. 9. 10:09ㆍ생각 위를 걷다
이제는 선선하던 바람이
조금씩 쌀쌀해지는 조용한 아침 시간
아직 많은 것들이 고요히 잠든 토요일 아침
지난 밤 잠 못 이루고 뒤척이던 바람은
아예 일찍 깨어 산책로를 서성이고 있는 듯하다.
바람이 이리로 불었다 저리로 불었다 하는 걸 보니.
어둠도 먼 여행을 떠나기가 아쉬운 지
조각조각 아직 길가에 머물러 있다.
오늘은 코끝을 살짝 스치는 아침 공기가
언제 그랬느냐 라는 듯 제법 차갑다.
쌀쌀한 기운을 느끼며
길 위에 누운 단풍 낙엽들을 밟으며 걷는데
걸음걸음에도 가을이 밟히면서
레미 드 구르몽의 시 <낙엽>의 한 구절이
마음에 들려온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홀로 걸으며 이 시구를 여러 번 읊조리는데
내 마음에서 이렇게 들려온다.
“너도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마음의 소리에 이렇게 답한다.
“응, 좋아. 참 좋아!”
길 위에 가을이 담기고 쌓이듯이
그 위를 한걸음 또 한걸음 걸으며
낙엽을 밟는 내 발자국에도
그리고 내 마음에도 담기고 쌓인다.
길 위에 쌓이는 노란, 파란 그리고 갈색 단풍 낙옆들
그 위를 밟으며 지나는 발자국이
다시 단풍으로 물이 드는 이토록 아름다운 시간
조금씩 아침이 밝아온다.
내 심장이 힘차게 생을 노래하는
음악 같은 아침이다.
(토, October 7,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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