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을이 되다>

예전에 한참 젊었을 때는
무더운 여름을 뜨겁게 지내다가
가을이 되면 가을을 탔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며 지나다가
어느 순간, 쌀쌀해지고
푸르던 잎이 아름답게 물들다가
대지에 떨어져 갈색 낙엽으로 뒹굴때면
내 마음도 덩달아 진갈색으로 바뀌고
바람 따라 생의 거리를 뒹굴곤 했습니다.

그러면 마음은 온통 갈색 가을이 되고
온몸으로 가을을 짙게 느끼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가을날 도심 속에서 한 여인을 만났습니다.
그 후에는
그 이상 계절 속 가을을 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대신
다른 가을을 타게 되었습니다.
그 여인이 내 마음의 가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나의 가을이 되어 함께 인생길을 걷고 있습니다.
나의 가을이 되어 내 마음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인생의 두 가을-
그 가을과 함께 지난 봄과 여름 인생길을 걷다가
이 가을과 다시 조우합니다.
그리고 가을 속으로 나란히 걸어 들어갑니다.
가을도 우리 속으로 살며시 들어옵니다.
그렇게 서로를 탑니다.
어느 덧, 우리는 세 가을이 됩니다.
(수, October 4,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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