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9. 03:46ㆍ생각 위를 걷다
8월의 어느 날 이른 아침
상쾌한 바람 한가닥 불고 있었다.
아파트 앞 정원
푸르른 작은 나무 아래에
그 나무 처마를 삼고
작은 새 한 마리 조용히 서 있었다.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할지
잘 모르거나 결정을 못했는지
망설이는 듯이
한 동안 홀로 그렇게 멍하니 머물렀다.
간혹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주변을 둘러볼 뿐이었다.
나도 가던 길 잠시 멈추고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새는 그렇게 좀 더 머물더니
몇 걸음 옮기다가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그 작은 새 오래 전 내 모습을 떠올렸다.
나도 예전 어느 한 때, 길-게 한때
나무 아래에 가만히 서 있던 새처럼
인생길 힘차게 걷다가 어느 순간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할지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몰라 망설이며 서성거렸다.
간혹 마음의 고개만
주변으로 이리저리 비쭉거렸다.
그러다가 새처럼 발걸음 다시 옮겼다.
걸어오던 길따라 앞으로 계속 걸었다.
지금 여기까지 머나먼 길을.
인생길 걷다보면, 그것도 오래 걷다보면
새처럼 우리의 삶에도 어느 순간
머뭇거리고 망설이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땐 걷던 길 잠시 멈추고
그늘 진 한적한 곳에 앉아 쉬면서
잠시 부담없이 머뭇거리자.
과감하게 망설이자.
그러다가 이거다 싶을 때
다시금 일어나 발걸음 떼자.
그리고 가능한 한 힘껏 걷자.
시간이 적잖이 흘러 걸어온 길 뒤돌아다보면
지금의 망설임이 긴 인생길에
잠깐이나마 쉼과 여유를 주는
인생의 쉼표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지금도 인생길 걸으며
가끔씩 머뭇거리고 망설인다.
그러나 이제는 초조해하지 않고 맘껏 자유롭게.
정원의 나무 아래에서 머뭇거리던 새처럼.
내일은 다시금 여전히 가야할 길을 걸을 테니까.
(화, August 8,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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