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2023. 8. 6. 11:20ㆍ생각 위를 걷다
바람처럼 와서는
잠시 머물다가
바람처럼 떠나갔다.
다시금 빈자리를 남긴 채.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는
마음에 찾아드는 허전함-
그러나 지금의 빈자리는 본래 빈자리였다.
어느 날, 홀로인 내 빈자리에 와서는
한 동안 머물다가 다시 떠나간 것뿐이다.
인생은 빈자리를 곁에 두고
홀로 걷는 여행이다.
삶은 홀로 걸으며
잠시 빈자리에 와서 머물다가
떠나가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베풀고
떠나보내는 계속적인 과정이다.
오늘도 그러한 날들 중 하루였다.
빈자리는 실존의 얼굴이다.
어느 날, 나도 그렇게
누군가의 곁에 빈자리를 남기고
바람처럼 홀연히 떠나갈 것이다.
내 자리도 본래는 빈자리였다.
어느 날, 홀연히 와서 잠시 머물다가
홀연히 떠나가는 것일 뿐이다.
어느 날,
홀연히-
나도 빈자리.
(토, August 5,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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