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16. 12:53ㆍ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스치는 산책로를 따라 걷는 데 한 그루 푸르른 나무가 눈에 확 들어왔다. 뽕나무였다. 거기에는 빨갛게 변해가는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순간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멈추어 서서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데 뽕나무 열매인 오디와 관련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내가 살던 시골 마을에도 뽕나무들이 많이 있었다. 우리 동네에는 일명 “둠벙”이라고 불린 큰 물웅덩이가 있었는데, 여름에 날씨가 무더워지면 그곳으로 가서 홀라당 발가벗고 들어가 즐겁게 수영을 하곤 했다. 그렇게 즐겁게 놀다가 힘이 들고 허기가 질 때면 뽕나무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오디를 따먹곤 했다. 어떤 때는 그냥 놀러 다니다가 따먹기도 했다.
먹을 것이 별로 없던 시절, 그것도 시골에서 간식거리가 거의 없던 시절 우리에게 오디는 좋은 간식거리였다. 친구들과 함께 정신없이 따서 먹다 보면 손도, 입도 보라색으로 물이 들었다. 그러면 서로를 보며 손가락질을 하면서 한없이 웃어대곤 했다. 때로는 옷에 묻어 어머니에게 혼이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무척이나 즐거웠다. 그 친구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면서 살까? 그리운 친구들!
산책길에서 우연히 보게 된 뽕나무와 그 열매들을 보다가 잠시 어린 시절의 추억에 잠겼다. 그러다가 얼굴에 미소를 머금으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발걸음을 뗐다.
(목, June 15,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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