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곁가지>

2023. 5. 24. 09:12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점점 더 깊어가는 봄과 함께 녹음이 짙어가는 나무숲 산책로를 걷는데, 길 위에 쌓인 진한 봄의 향기가 한발두발 내디딜 때마다 조금씩 나의 몸과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걸으면 걸을수록, 걷고 있는 나에게서 봄내음이 풍겨나는 느낌이 들었다. 걸어가는 길 좌우로 푸르게 서 있는 나무들을 보노라니, 나도 한 그루 푸르른 나무가 되는 것 같았다. 아주 푸른 나무들 곁에 서면 진짜 그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줄곧 그런 느낌을 받으며 걷다가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 서서 푸릇푸릇 생명력 넘치는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식물의 행복은 빛에 있다”는 톨스토이의 말처럼, 나무들과 식물들이 햇빛을 호흡하면서 매일매일 행복해하며 더 푸르러지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풍성하게 우거진 나뭇가지들이 다른 때와 다르게 눈에 들어왔다. 아주 풍성하고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만일 나무에 가지들과 잎사귀들이 없다면 어떨까 하는 뜬금없는 물음이 생겼다. 만일 나무에 가지도 없고 나뭇잎도 없다면, 별로 보기 좋지 않을 것이다.
 
곁가지들을 포함하여 나뭇가지들과 잎들이 나무를 풍요롭게 할뿐만 아니라 더 보기 좋게 푸른 옷으로 꾸며주고 있었다. 저마다 가지의 모양과 크기는 다르지만, 각자 나무의 한 부분을 이루면서 나무를 나무되게 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우리들 삶의 곁가지들에 대한 생각 하나가 뇌리를 스쳐갔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 인생에도 많은 곁가지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또 나타났다가 사라지고를 반복한다. 인생나무의 어떤 가지들(곁가지들)은 원하는 것들이 아님에도 돋아나고, 어떤 나뭇가지들은 간절히 원하는데도 돋아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나타나고 돋아나는 나뭇가지를 받아들일 뿐이다.
 
나무 입장에서 보면, 어떤 나뭇가지들은 없으면 더 유익하거나 더 아름답거나 더 멋지게 보일 수 있을 텐데, 더구나 원가지에서 나온 곁가지들이 없으면 깔끔하고 더더욱 멋지게 보일 수 있을 텐데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것도 나무를 이루는 부분이고 나무에 나름의 이바지(?)를 한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에도 불필요하게 여겨질 수 있는 나무의 곁가지 같은 것들이 있고 또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그런 것들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당시에는 곁가지로 자기 인생에 걸림돌이 될 만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것들도 지나고 나면 오히려 원가지처럼 디딤돌 역할을 하는 것들이 있다.
 
나무의 큰 가지들과 곁가지들을 보면서, 지금까지 내 인생의 가지들과 곁가지들을 생각해보았다. 당시에는 정말로 불필요하게 여겨졌고 싫었던 곁가지들이 많이 떠올랐다. 어찌 보면, 내 인생에서 정말로 없었으면 참 좋았겠다 는 마음이 여전히 들기도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만 보면 내 인생의 그런 곁가지들이 있어서 내 인생을 풍성하게 하고 촘촘하게 해 주는 지금의 잎사귀들이 있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나무의 모습 전체에서는 원가지들과 곁가지들이 함께 잎들을 내어서 멋진 한 그루의 나무를 구성한다.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고 잎들의 관점에서 보면, 원가지들, 큰 가지들뿐만 아니라 곁가지들과 작은 가지들도 똑같이 잎들을 내고 나무에 이바지한다. 그래서 저마다 귀하고 의미 있다.
 
나무숲 산책로를 걸으면서 나무와 거기에서 뻗어 나온 가지들과 잎사귀들을 보면서 내 인생을 대입해서 잠시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앞을 봐도, 옆을 봐도 위를 봐도 온통 푸르른 세상 속으로 들어가면서 참 좋은 시간을 가졌다.
(월, May 22, 2023: mhparkⒸ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