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19. 06:47ㆍ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햇살 좋은 화창한 봄날 정오쯤 인적이 잠시 멈춘, 사람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산책 나온 듯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만 조용히 걷고 있는 산책로를 평온하게 걸었다. 홀로 나 자신과 함께 연인처럼 다정히 걸으며 마음으로도 마음의 길을 걸었다.
걸음걸음 내디딜 때마다 길옆에 핀 예쁜 야생화들이 풍기는 꽃내음과 파릇파릇 돋아난 여러 종류의 풀들이 함께 걷는 바람결에 따라 생기발랄하게 풍기는 풀내음이 코끝에 가득 와 닿았다. 마음이 한결 즐겁고 걷는 발걸음이 마냥 가벼웠다. 말 그대로, 산책이 그냥 좋았다.
산책이 주는 유익한 점 중의 하나는 산책을 하면 몸이 활력을 얻는다는 것이다. 산책을 하다 보면, 몸 여기저기가 깨어나 기지개를 펴며 힘차게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이에 더하여, 산책을 하면 좋은 점은 산책을 하다보면 자기 자신과 대면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는 것이다. 홀로 걸으며 자기 자신과 만나고 자신의 참 자아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또 나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홀로 산책로를 걷노라니, 루소의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에서 읽었던 몇 구절이 생각났다.
“고독과 명상의 시간들이야 말로 하루 중 내가 나 자신으로 충만히 존재하며, 내 마음을 빼앗는 것이나 방해하는 것 없이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자, 진실로 본성이 바라는 대로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나 자신 안으로 돌아가는 습관을 통해 마침내 나는 고통의 감정과 기억을 모두 잊을 수 있었다. 이렇게 나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진정한 행복의 원천은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진정으로 행복하기를 바랄 수 있는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힘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4, 5년 전부터 나는 평온하고 부드러운 영혼의 소유자들만이 명상 속에서 발견하는 그 내적인 기쁨을 일상적으로 맛보아 왔다.”
우리가 매일 걷는 길은 많은 것을 함의하는 은유(metaphor)이다. 길은 언제나 내게 ‘인생이란 길을 가는 것’임을 알려준다. 몸으로 물리적인 길을 걷지만 마음으로도 마음의 길, 정신적인 길, 인생의 궁극적인 길을 걸어가는 것임을 상기시켜준다. 그래서 길을 걸을 때면 언제나 나의 인생, 내가 계속 걸어가야 할 나의 인생길을 생각하게 된다.
오늘도 인생길을 몸으로 걸으면서 마음으로는 내가 궁극적으로 걸어갈 길의 방향을 생각했다. 그리고 내 몸의 발걸음을 내디디며 마음의 길로 향했다. 어제 걸어온 것처럼 그리고 내일 걸어갈 것처럼, 오늘도 그 길을 걷는다.
(목, May 18,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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