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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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설모의 아침>
이른 아침 검은 청설모 한 마리 광야의 무법자 마냥 텅 빈 거리에 폼 잡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얼굴 보며 사진을 찍는데도 내가 무섭지 않은 듯 꼼짝도 하지 않고 두 손을 모은 채 무언가 입에 물고 오물거렸다. 그때 갑자기 저쪽에서 거리의 침묵을 깨는 커다란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란 청설모 길 옆 화단으로 재빨리 줄행랑을 놓았다. 그러나 잠시 후 자동차가 지나가고 나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시금 그 자리로 돌아와 똑같은 모습으로 섰다. 오늘 아침 거리의 귀염둥이 청설모. (화, April 19, 2022; mhparkⒸ2022)
2023.02.05 -
<시골 집 장독대>
어린 시절 사골 집 담장 바로 옆에는 조그마한 장독대가 하나 있었다. 거기에는 크고 작은 진한 갈색 장독들이 놓여 있었다. 사시사철 옹기종기 모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곤 했다. 계절마다 장독에는 서로 다른 것이 담겼다. 어떤 때는 장독에 검붉은 고추장이 가득 담겨 있었다. 어떤 때는 장독에 검은빛 간장이 가득 담겨 있었다. 어떤 때는 장독에 먹음직스러운 동치미가 윗자락에 살짝 얼어붙은 채로 가득 담겨 있었다. 시골집 장독대는 어린 시절 추억이다. 그 시절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목, April 14, 2022; mhparkⒸ2022)
2023.02.04 -
<언덕 끝자락>
봄의 언덕 끝자락에는 여름이 살며시 다가와 걸터앉는다. 여름의 언덕 끝자락에는 가을이 살며시 다가와 걸터앉는다. 가을의 언덕 끝자락에는 겨울이 살며시 다가와 걸터앉는다. 그리고 겨울의 언덕 끝자락에는 다시금 봄이 살며시 다가와 걸터앉는다. 그렇게 모든 끝자락에는 오고 있는 것을 위한 빈 자리가 있다. 때가 되면, 그 녀석도 다가와 앉을 것이다. (월, April 11, 2022; mhparkⒸ2022)
2023.02.04 -
<서울역에서>
아침 일-찍 아직 어둠 조각들이 간간이 머물러 있는 시간 분주하게 채비를 하고서 가벼운 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이른 아침 조금 쌀쌀한 기온이 기분 나쁘지 않게 얼굴에 와 닿았다. 거리를 채우는 분주한 발걸음들 그 거리에 내 걸음도 보탰다. 가는 곳이 다 다른 발걸음들 내 걸음은 서울역으로 향했다. 저기 멀-리 그리운 친구들을 마음에 담고 오렌지색 지하철에 몸을 싣고 다시 청색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에 도착했다. 넓은 대합실 생각보다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표를 구입하고 빈 의자를 찾아 앉았다. 그리고 열차를 기다리며 마음 한 줌 가-득 쥐고서 띄워 보냈다. 그곳으로. 조금 있으면 그리운 친구들을 기뻐하며 볼게다. 넓은 대합실을 즐거운 내 마음으로 가득 채운다. 주변이 환해진다. 일어나 발걸음을 뗀다...
2023.02.04 -
<마음의 호수, 마음의 강>
내 마음속에 작은 호수가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널따란 강도 하나 있습니다. 어떤 때는 마음이 잔잔합니다. 마음이 호수가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때는 마음이 물결칩니다. 마음이 강이 되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마음은 그렇게 잔잔한 호수가 되기도 하고 물결치는 강이 되기도 합니다. 그것이 내 마음의 모습입니다. (토, April 3, 2022; mhparkⒸ2022)
2023.02.04 -
<문득문득>
문득문득 생각이 납니다. 문득문득 떠오릅니다. 문득문득 그리워집니다. 문득문득 사무칩니다. 문득문득 마음을 두드립니다. 문-득 문-득 ... 문-득 문-득 ... (금, March 25, 2022; mhparkⒸ2022)
2023.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