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1. 07:18ㆍ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 때 봄과 여름에 자주 보던 장면이 있다. 농사짓는 동네 어른들이 논에 물을 대는 것이었다. 시골에서의 봄은 늘 농번기였는데 벼 종자를 모판에 뿌리면 거기에서 모가 나고 자라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어느 정도 자라게 되면 몇 무더기씩 나누어서 논 여기저기에 던져 놓았다. 그러면 어른들이 그것들을 한 움큼씩 떼어내어 손에 쥐고는 줄을 맞추어서 심었다. 논은 물주기를 통해서 이미 물이 적당히 채워져 있는 상태였다. 때론 아이들도 그 일을 거들기도 했는데 나도 여러 번 해본 경험이 있다.
동네 어른들은 모를 심은 다음에도 물이 부족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논에 물을 대면서 물 관리를 했는데 특히 여름에 가뭄이 들 때는 더욱 그렇게 하려고 온갖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해야 벼가 잘 자라고 튼실한 이삭이 맺힐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어른들이 논에 물을 대고 모를 심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요즘 집에서 약간의 화초를 기르면서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화분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물을 주곤 하는데 그렇게 하면서 깨닫는 게 있다. 내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매일 화초들이 물을 흡수하면서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물을 주는 데도 계속해서 물이 줄어든다. 그럴 때마다 계속해서 물을 공급해주고 있다. 그 덕분에 화초들이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화초들에 물을 주어 키우면서 생각하고 배우는 게 한두 가지 있다. 우리의 몸도 그와 같다는 것이다. 우리 몸은 70퍼센트 정도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정기적으로 수분을 공급해주어야 한다. 물을 마시는 때와 관련하여 바른 방법은 목이 마르기 전에 정기적으로 물을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목마르다고 느끼는 것은 이미 몸에 수분이 부족하다는 신호이기에 그러기 전에 무시로 몸에 물을 공급해주는 게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내면세계, 곧 정신세계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내면도 정기적인 정신적 물주기가 필요한 것이다. 인간이 정신적인 갈증을 느끼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우리의 내면이 필요로 하는 정신적 물이 부족할 때 내적 목마름을 느끼게 된다.
인간은 육체를 지닌 존재일 뿐 아니라 정신을 지닌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이 전인적으로 건강하게 살려면 전인적인 공급이 필요하다. 그 전인적인 공급의 중요한 면이 ‘자기 안의 물주기’ 곧 자기 내면에 정신적인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것이다.
인간의 내면은 늘 농번기이다. 내면은 늘 자라고 있고 그렇게 자라기 위해서는 늘 물과 영양분이 필요하다. 그래서 늘 물을 공급해주어야 한다. 사람에 따라 정신적인 물은 지식(책)이 될 수 있고 감미로운 음악이 될 수 있다. 대단히 인격적인 사람과의 좋은 만남과 대화가 될 수 있고 멋진 여행일 수 있다. 홀로 있음의 시간일 수 있고 자신과의 솔직하고 친밀한 대화일 수 있다.
자기만의 그런 ‘자기 안에 물주기’를 하면서 자기의 내면을 가꾸고 돌봐야 자기 정신의 논에서 자라는 존재의 여러 모가 말라비틀어지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고 열매도 맺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자기 안에 물주기를 하는 게 무엇보다도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하겠다.
별로 존재감 없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그러나 우리에게 대단히 유익한 작은 화초들에 물을 주면서 깨달은 사실을 잠시 나에게 적용해 보면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보았다. 내가 주고 있는 물을 흡수하면서 잘 자라고 있는 화초들을 보는 것도 그리고 그것들을 가꾸는 것도 매우 즐겁다.
(토, May 31, 2025: mhparkⒸ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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