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나>

전에 읽고 책꽂이에 꽂아두었던 책 중에서 필요해서 다시 꺼내 보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 그 책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죽 펼치다 보면 간혹 그 사이에서 전에 책을 읽으며 써서 책장 사이에 꽂아두었던 메모지를 만나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신기한 마음에 그것에 눈이 가곤 한다. 그리고 죽 읽다 보면 내가 이런 글을 써놓았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때론 이렇게 멋진 글을 써 놓았단 말이야!’하면서 스스로 감동(?)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 컴퓨터 파일을 정리하거나 필요한 것을 찾다 보면 이전에 만들어 놓았던 파일들을 보게도 되는데 그때도 비슷한 경험을 할 때가 있다.

 

바로 어제 그런 경험을 했다. 필요한 것이 있어서 그것을 찾아 사용하려고 파일들 여기저기를 뒤지다가 한 피디에프 파일에 <나는>이란 제목의 수필시가 쓰여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구름 / 바람 따라 흘러가네. / 나는 파도 / 바람 따라 밀려가네. / 나는 나뭇가지 / 바람 따라 춤을 추네. / 그리고 나는 낙엽 / 바람 따라 뒹구네. / 바람이, / 바람이 머무는 곳 / 바로 그곳에서 / 나도 함께 머물리.”

 

잠시 그것에 눈길을 고정하고 죽 보고 있는데 그것을 써 두었던 때가 생각이 났다. 그것을 읽으면서 미소를 머금고는 그 시절을 떠올렸다. 아름다운 추억의 그때가 기억에 되살아났다.

 

구름도 파도도 나뭇가지도 그리고 낙엽도 모두 바람에 영향을 받는다. 바람이 없으면 구름은 흘러갈 수가 없고 바람이 없으면 파도가 일 수가 없다. 바람이 없으면 나뭇가지는 잔잔하며 바람이 없으면 낙엽은 여행할 수가 없다.

 

그래서 바람은 그들의 절대적인 힘이고 그들을 움직이는 동인이다. 나는 전에 바람을 느끼며 또 다른 어떤 바람(?)에 의해 움직이게 되는 존재임을 그 시에 담아 쓴 것이다. 바람은 내 인생의 좋은 친구이고 동행자이며 안내자이다.

 

오늘도 그 바람 따라 내 길을 걸어간다. 그 바람이 머무는 바로 그곳에서 나도 머물러 편히 쉬게 될 것이다.

(, June 8, 2025: mhpark2025)

예전에 써 놓은 피디에프 파일 속의 수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