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필요하다>

2024. 2. 22. 04:32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전에 어린 시절에 시골에서 다녔던 초등학교를 많은 시간이 흘러 아주 오랜만에 처음으로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커 보이던 학교와 넓어 보이던 운동장이 아주 작게 느껴졌다. 그것들은 여전히 그대로 있는데 내가 컸기 때문이다. 운동장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공을 차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운동장을 한 바퀴 죽 도는데 그때 그 시절의 에피소드 하나가 나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어느 학년에서 한 달에 한 번 선생님이 선행을 하거나 성적이 좋아진 학생들에게 병아리나 어린 토끼를 선물로 주신 적이 있다. 반 학생들이 좋은 학생들이 되도록 격려하는 차원으로 사비를 들여 그렇게 하신 것이다.
 
어린 마음에 아주 평범한 한 학생으로서 다른 학생들이 병아리나 토끼를 선물로 받는 게 너무나 부러웠다. 그래서 나도 받고 싶은 열망이 커졌고 학교에서 조금 먼 곳에서 살았으나 매일 가장 먼저 학교에 도착하여 학교 안에 있던 우물에 가서 노란 주전자에 물도 채워 넣고 교실 안에 있던 화분에 물도 주곤 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그렇게 열심히 한 결과로 선생님의 마음을 움직여(?) 드디어 토끼 한 마리, 그것도 귀여운 재색 토끼 한 마리를 선물로 받았다. 그때의 기쁨이란! 너무나 기쁜 나머지 날마다 풀을 주고 쓰다듬어 주면서 정성껏 길렀다. 그 토끼는 무럭무럭 잘 자라서 큰 토끼가 되었다.
 
어린 토끼를 키우면서 마음으로는 얼른 자라서 큰 토끼가 되기를 바랐으나 금방 그렇게 되지 않았다. 작은 토끼가 자라 큰 토끼가 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영양가 있는 풀과 나의 정성 덕분에 큰 문제 없이 잘 자라게 되었다.
 
상식적인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하는 일 대부분은 금방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의 성격이나 규모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모든 일은 결과를 내는 데 저마다 그것에 맞는 시간이 필요하다. 성공은 하룻밤 사이에 오지 않는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 게다가 한 걸음을 떼고 동시에 길 위를 나머지 수많은 걸음으로 채워야 목적지에 이를 수 있게 된다. 무언가를 이루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다. 무언가 특별히 의미 있고 귀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와 관련하여 존 러스킨은 이렇게 말한다. “무릇 참다운 사상, 살아 있는 사상은, 기르는 힘과 변화하는 힘을 갖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그 변화는 서서히 나무처럼 변하는 것이지 구름처럼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무언가를 이루려면 과정은 어렵지만 그래도 꼭 필요한 것이다. 그 과정을 감내해야 이루려는 것의 결과를 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거나 계획하는 것이 있다면 기꺼이 시간을 들이고 그것에 마음을 주면서 실행해 갈 일이다.
 
과정이 힘이 들긴 하지만 거기에도 나름의 멋과 즐거움과 낭만이 있다. 최대한으로 그 과정을 즐기면서 하다 보면 결국에는 멋진 결과를 즐기게 될 것이다.
(수, February 21, 2024: mhparkⒸ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