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의 불빛>
2023. 11. 13. 10:57ㆍ생각 위를 걷다
대지에 어둠이 내리고
호수에도 어둠이 찾아오면
낮에 곤히 잠을 자던 등대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는
여명의 붉은 해처럼
붉게 어둠을 밝히기 시작한다.
밤이 깊어 가고
어둠도 짙어 갈수록
등대의 불빛은 더 환하게 빛난다.
사공은 그만큼 안전해진다.
등대 불빛을 보며
뱃길 따라 안전하게 노 저어가면 된다.
역설이다.
어둠 속에서
등대는 더 빛을 발한다.
등대는 밤이 있어서 있어서다.
밝은 인생길 걷다가
생의 거리에 어둠이 내리면
마음에 촛불 하나 켜고
마음에 등불 하나 밝히고
마음에 등대 하나 세우고
그 불빛 따라 걸어갈 일이다.
걸어가는 길에 어둠이 내려도
갈 곳을 분명히 알고 있다면
어둠은 그리 큰 장애물이 아니다.
그저 어둠이 잠시 길을 가리고 있을 뿐
길을 비추는 빛만 있으며
길은 보인다.
어둠 속을 걸어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밝은 등불 하나 있으면
조금은 느릴지라도 걸어갈 만하다.
그렇게 걷다 보면
등대 불빛 꺼지고
다시 아침 해가 솟아오른다.
그러니 걷다가 어둠이 내린 거리를 만나도
당황하지 말고 마음에 불 밝히고
담담히 어두운 길을 걸어가자.
(일, November 12,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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