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열매 여럿 그리고 인생 나무>
2023. 11. 14. 09:36ㆍ생각 위를 걷다
열매 나무는
잎들보다 열매를 더 좋아하는가 보다.
한 나무에 잎들은 이미 다 져서
지난 이야기가 되었는데
열매는 몇 개나마 아직 남아 있는 것을 보니.
스치는 바람 쌀쌀한 날에 걷다가
잎들 떠나보내 앙상한 가지만 남아
쓸쓸해 보이는 늦가을 나무들 앞에
잠시 멈춰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앙상한 가지에 탐스럽게 달린
빨간 작은 열매 몇 개가 눈에 확 들어왔다.
하나둘 셋 넷…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가리키며 세어 보니
모두 열 개쯤 되었다.
낙엽 진 앙상한 늦가을 나무에 달린
빨간 작은 열매들이
계속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발걸음 뗄 수 없었다.
열매 달린 나무
열매 맺는 나무
열매 달린 인생
열매 맺는 인생
한참을 서서
빨간 열매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렇게 여러 번 되뇄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인생의 늦가을이 될 때
기왕이면 인생 잎들 모두 져서
인생 나무 가지가지 모두 앙상하게 드러날 때
열매 몇 개라도 보인다면
좋지 않겠는가?
덜 허무하지 않겠는가?
(월, November 13,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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