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의 헌신>
2023. 11. 11. 11:10ㆍ생각 위를 걷다
모든 사라져가는 것 중에
푸르른 나뭇잎이 있다.
여름 내내 녹음 짙게 푸르던 나뭇잎들
가을이 되니 아름답게 물들다가
솔솔 불어오는 바람 따라
하나둘 낙엽 되어 길 위에 내렸다.
그렇게 한잎 두잎 쌓이더니
어느덧, 길 위에 수북하게 덮였다.
우아한 낙엽길이 되었다.
걷는 길 발걸음
부드러운 비단길보다 근사하고
달콤한 솜사탕보다 부드럽다.
잠시나마 꿈길을 걷는 듯하다.
그런 길에 어느새 두 줄이 생겼다.
정겹게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밟혀
아쉽게도 하나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는 행인들의 발걸음과 함께
세월 속에 지난 이야기를 남기고
모든 사라져 가는 것처럼
흔적 없이 땅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흙 속으로 몸을 던져 스미고 스며
또 다른 생명을 위한 거름이 되고 있다.
또 하나의 사라져가는 존재로
오늘도 아침을 맞으며 홀로 그 위를 걷다가
언젠가 낙엽처럼 떨어져 내리게 될
그 떠남의 시간을 생각한다.
낙엽이 되어서도
유익하게 사라져가는 나뭇잎들처럼
떨어져 내리고 사라진 뒤에도
유익하게 머무는 그런 삶이 되게
오늘도 발걸음 푸르고 아름답게 걸어야 한다.
(금, November 10,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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