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빈 둥지>

2023. 9. 3. 12:51생각 위를 걷다

어느 날,
새 한 마리 정든 아비 새와 어미 새
그리고 둥지를 떠나 홀로 지내다가
마음에 꼭 드는 짝을 만나
둘이 하나가 되었다.
 
밝은 내일,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포근하고 아담한 둥지를 만들고
사랑하며 새끼 셋을 두었다.
 
아비 새도 어미 새도
비바람 맞고 눈보라 속에서도
온갖 애를 쓰며 정성 다해 먹이고
바르게 나는 법을 가르치며 키웠다.
 
어느 덧, 건강하게 다 자라서
아비 새처럼 어미 새처럼
스스로 잘 날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비 새와 어미 새가 정든 둥지를 떠났듯
새끼 새 셋도 하나, 둘
그리고 셋 모두 정든 둥지를 떠났다.
 
사랑과 행복의 둥지에는
다시 아비 새와 어미 새만 남았다.
처음처럼 둘 만의 빈 둥지가 되었다.
조생의 운명!
 
미래의 어느 날,
아비 새도 어미 새도 마저 떠나고 나면
그 둥지는 세월 따라 사라지고
새끼 새 셋의 기억 속에
지난 시절 그 둥지에서 함께 나누었던
동고동락의 추억만 고스란히 남을 것이다.
빈 둥지 조생!
빈 둥지 실존!
(토, September 2,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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