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나뭇잎 손바닥>

2023. 5. 30. 00:03소중한 어제-과거의 글자취

햇살 좋은, 그러나 약간 따갑게 느껴지는 오월의 마지막 토요일 오후에 산책로를 즐겁게 걷고 난 다음, 집으로 향하기 전에 잠시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다. 기분 좋게 스쳐가는 바람을 맞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는데, 내가 앉아 있는 앞쪽에 녹음 짙어가는 푸르른 나무들과 풀들이 눈에 들어왔다.
 
별 생각 없이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하나의 생각이 나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뭇잎들과 풀잎들을 죽 보는데, 그것들 모두 잎의 손바닥 부분이 하늘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찌 보면, 당연하고 늘 보아온 모습인데, 아둔하게도 그제야 눈에 특별하게 들어와서 주목하여 보게 된 것이다.
 
그것들을 보고 있는데, 마음에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왜 나뭇잎들과 풀잎들은 잎의 손바닥 부분은 하늘을 향하고, 잎의 손등 부분은 땅으로 향하고 있는 거지? 왜 그 반대가 아니지?” 그런 다음에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다. 물론, 과학적, 생물학적 지식이 없어서 그것에 대한 정확한 답을 알지 못하기에 그냥 이런저런 추측을 해 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무언가를 받을 때 손을 내밀어 받는다. 받되, 손등으로 받지 않고 손바닥으로 받는다. 그것도 감사한 마음에 두 손을 죽 내밀어 받는다.’
 
이런 생각이 나뭇잎과 풀잎과 관련해서도 나의 뇌리를 스쳤다. ‘이 세상에 있는 다른 것들도 그렇지만, 인간처럼 식물은 해가 없으면 존재할 수가 없다. 나무와 식물은 광합성작용을 해야 자라고 살 수 있기 때문에 해바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햇볕은 양식이다. 나무와 식물은 땅의 영양분(양식)을 뿌리로부터 받는 것처럼 해로부터 존재와 생명의 양식을 받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감사함으로 잎의 바닥 부분, 곧 잎의 손바닥을 쭉 펴서 햇볕을 받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것도 감사히 받기 위해서 두 손이 아닌 여러 잎들로 받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생각하면서 내 마음대로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나뭇잎과 풀잎이 잎의 바닥 부분을 하늘로 향하고 잎의 등 부분을 땅으로 향하는 것은 감사함으로 존재론적으로 그리고 실존적으로 하늘로부터 은혜와 생명의 햇살을 받기 위함이다. (하하, 꿈보다 해몽이 좋은 것인가?)
 
땅의 모든 것은 근본적으로 존재를 위해 필수적인 것-햇빛, 비, 공기 등-을 하늘로부터 받는다. 우리는 오늘 하루도 하늘로부터 내리는 특별한 선물, 우리가 평범하고 일반적이고 늘 있는 것으로 여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고 매우 특별한 선물을 받으며 산다. 진정으로 그렇다.
 
앞으로는 더욱 일상 속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야 하겠다. 불평을 최대한 줄이면서, 나뭇잎들과 풀잎들처럼 매일 하늘 향해 두 손을 펴고 받는 것에 감사하면서 살아야 하겠다. 이것이 오늘 오후 나뭇잎들과 풀잎들로부터 배우는 교훈이다. 아니, 그것들이 침묵으로 확실하게 내게 가르치는 교훈이다.
(일, May 28,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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