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어제-과거의 글자취(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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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그리운 사람 만나러 가는 길 설레는 마음 가득 담고 넓은 길 따라 가다가 좁은 시골길로 들어섰다. 차창 밖 한가로이 넓게 펼쳐진 들판을 보면서 평화로운 시골의 정취에 젖어든다. 어느 새, 마음속 발걸음은 어린 시절 고향집 시골길 정겨운 그 길을 걷고 있다. 길 따라 펼쳐진 시골집들 그 사이로 어깨동무 함께 걷던 친구들 논두렁 밭두렁 그 위로 지나던 우리들 발걸음 자취는 사라졌어도 여전히 내 마음 추억 속엔 선명히 남아 그 시절로 내 마음을 당긴다. 길가에 푸르게 돋아난 질경이, 토끼풀, 쑥 그리고 이름 모를 풀잎들 지나는 우리들 발걸음마다 웃음꽃 한아름 뿌리곤 했다. 때론 가던 길 발걸음 잠시 멈추고 토끼풀 하얀 꽃들 그 줄기 채 따서 잇고 또 이어 흐르는 시냇물에 사뿐히 담그면 물결 따라 기다랗게 춤추..
2023.01.30 -
<호수는 거기에 있다>
한낮의 밝은 햇살이 지나는 구름에 가리더니 갑자기 비가 내렸다. 거리에도, 호수에도 거칠게 내리치더니 안개만 남기고 말없이 저 멀리 사라져갔다. 안개 짙게 낀 거리 저기 저 호수는 안개에 가려 보일 듯 말듯 희미하다. 부드럽게 스치던 바람결 따라 잔잔히 일렁이던 호수의 작은 물결들이 안개에 가려 모습을 잃었다. 호수가 자취를 감추었다. 두 눈 동그랗게 뜨고 멀리 응시하노라니 그 모습 눈가에 희미하게 맺힌다. 햇살 다시 비추고 바람 불어오면 호수가 다시 나타나겠지. 호수는 늘 거기에 있으니까. (월, April 12, 2021; mhparkⒸ2021)
2023.01.30 -
<어느 꽃잎의 나들이>
마음의 정원에 곱게 핀 한 송이 꽃을 보았습니다. 슬그머니 손 내밀어 꽃잎 하나를 따서 하늘로 살짝 날렸습니다. 잔잔히 부는 바람 따라 자유롭게 정처 없이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산을 넘고 들을 지나고 강을 건너 오래도록 훨훨 날아갔습니다. 그렇게 멀리 멀리 가다가 버드나무 가지 한들대는 어느 작은 호수에 사뿐히 내려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스치는 바람결에 떨어진 버드나무 이파리들과 정겹게 소곤대며 즐거이 뱃놀이를 했습니다. 입가에 엷은 미소 머금고 들키지 않게 가만히 보다가 한 순간 내 마음 그 꽃잎 위에 살짝 올려놓고 나도 함께 노닐었습니다. 햇살 좋은 날 나른한 오후에 나 홀로 떠난 즐거운 마음의 여행이었습니다. (수, April 7, 2021; mhparkⒸ2021)
2023.01.30 -
<나무가 알려주는 바람의 움직임>
창밖이 잔잔하고 고요하다. 바람 한 점 없는 것 같다. 간혹 사람들이 조용히 한 둘 지나간다. 자동차도 가끔 지나간다. 그렇지만 창밖은 고요하고 평온하다. 그런데 아직 앙상한 나뭇가지가 살-짝 흔들린다. 바람이, 실바람이 지나며 살포시 가지를 건드리고 지나는가 보다. 소리 없이 스치는 바람이 그렇게 간간이 나뭇가지에 걸린다. 나무가 살며시 춤을 추며 바람의 지남을 알려준다. 나무가 선들선들 고개를 흔들며 바람을 보여준다. 나무를 보면서 바람을 느낀다. 나무를 보면서 바람을 본다. 바람이 나무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 잔잔한 창밖 바람은 보이지 않아도 바람이 지나감을 나무는 가지를 저어 알려준다. 나뭇가지처럼, 내 마음도 살랑살랑 흔들린다. 그 바람이 내 안에서 말없이 나를 건드린다. 나를 깨우는 그의 손..
2023.01.30 -
<작은 새 두 마리>
햇살 가득 쏟아지는 어느 봄날 아침, 양지바른 정원에 작은 새 두 마리 사이좋게 날아다닌다. 스치는 바람 사이로 서로 부딪칠 듯 부딪칠 듯 다정히 오가며 정답게 노닐고 있다. 사랑을 속삭이는가 보다. 지나던 바람 발걸음 멈추고 물끄러미 바라보다 살짝 미소를 머금는다. 나뭇가지 마디마디 푸르게 움트는 새싹들 휘둥그레 쳐다보고 대지에 돋아나는 작은 풀들 덩달아 바람결에 춤을 춘다. 작은 새 두 마리 흥겹게 노니며 재잘대는 상큼한 아침. 작은 새 두 마리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어느새 부러워진다. (월, March 29, 2021; mhparkⒸ2021)
2023.01.30 -
<하얀 나무>
어제 종일 내린 눈이 모두 대지에 떨어지지 않고 아름다움을 선물로 주고 갔다. 얼마는 잿빛 나뭇가지 위에 앉아 옷을 입혔으니. 나무도, 가지도 갑자기 뜻밖의 은혜를 입었다. 그게 생의 한 면이라고 환하게 미소짓는다. 야위고 앙상하기만 하던 겨울 나무 가지에 살포시 꽃이 피니 한결 따뜻해 보인다. 이 옷, 햇살에 녹아 없어져도 바람에 날려 벗겨져도 나무는 슬퍼하지 않으리. 또 다른 은혜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하얀 나무는 그렇게 생을 노래한다. (수, January 27, 2021; mhparkⒸ2021)
2023.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