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입은 컵>

2023. 2. 2. 00:23소중한 어제-과거의 글자취

잔뜩 찌푸린 십이월 어느 날 오후

햇살도 구름에 가려 더욱 차갑게 느껴지는

인적 드문 스산한 거리에

겨울 찬바람만 한 겹 두 겹 나부끼니

헐벗어 앙상한 나무들

추운 듯 이리저리 자꾸 흔들어 댄다.

 

바깥 찬바람에

선반 위 컵들도 추위를 느꼈나 보다.

한 여름에는 더운 듯 벌거벗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활짝 웃더니만

이제는 따스한 옷을 입고 있으니.

 

바깥에 쓸쓸히 서 있는 나무들

지난 가을 예쁘게 차려 입은 옷들

이제는 너희가 입고 있구나!

 

한걸음 앞으로 다가가

잠시 너희를 보고 있노라니

내 눈가에 웃음이 환하게 흐른다.

예쁘게 차려입은 너를 보며 웃는다.

너를 보며 온기를 느낀다.

이제 바깥 찬바람이 부담스럽지 않다.

밖으로 발길을 돌린다.

(, December 15, 2021; mhpark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