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31. 23:43ㆍ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윤동주 시인은 <서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여기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는 말은 결국 ‘모든 것을 사랑해야지’라는 의미가 된다. 왜냐하면 실존하는 모든 것은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쳐 살면서 죽어가다가 결국 죽음이라는 끝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sabeth Kübler-Ross)가 쓴 책 중에 “Living With Death And Dying”이라는 책이 있는데 그것의 의미는 ‘죽음과 죽어감과 함께 살아가기’이다. 그 책은 죽음을 바로 앞에 둔 말기 환자들-성인들과 어린이들-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인데 그 제목은 모든 살아 있는 것, 특히 모든 인간의 삶의 성질을 분명하게 시사해준다.
그녀는 그 책의 서론에서 이렇게 말한다. “탄생과 죽음은 모두 큰 변화와 적응, 종종 불편함과 고통뿐만 아니라 기쁨, 재회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수반한다. 만일 우리가 이 지구상에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있다는 우리의 내적인 지식이 없다면, 우리가 이 세상에 올 때보다 조금 더 낫고 조금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이곳을 떠나고자 하는 바람이 없다면, 우리는 왜 완벽함과 사랑 그리고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까?”
이 세상에 태어난 인간은 모두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러나 그 삶은 본질적으로 죽음과 관계가 있다. 삶과 죽음은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으로 누구도 예외 없이 삶의 끝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는 것은 곧 죽어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과정적 개념인 살아감(living)은 죽어감(dying)을 의미한다.
이렇듯 죽음을 자기 운명으로 지니고 태어나는 인간은 끊임없이 그것을 의식하면서 살게 된다. 비록 의도적으로 그것을 잊거나 무시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분주하게 하더라도 문득문득 우리의 의식 속으로 파고들어 온다. 실제로 그것은 피하거나 무시하려고 해도 피하거나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인정하고 그것과 솔직히 대면하는 게 지혜로운 처사이다.
그리고 자기 인생의 기간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숙고한 뒤 주어지는 유한하고 짧은 시간을 지혜롭게 활용하면서 그것을 수행해나가는 것이다. 퀴블러-로스의 표현으로 하면, ‘완벽함과 사랑 그리고 평화’를 위해 애쓰면서 사는 것이다. 윤동주의 표현으로 하면, ‘자기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인간의 삶에 죽음이라는 끝이 있어서 삶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각별할 수 있다. 인간은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살지 못하고 언젠가 떠나야 한다는 실존적으로 분명한 한계상황에 대한 인식은 삶의 방식과 태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인생의 기간이 무한하지 않기에 일생이 더 소중하게 여겨질 수 있는 것이다.
유한한 인생의 기간을 살아가면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한다고 할 때 그 첫 번째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자기도 그 죽어가는 모든 것에 포함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도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나가야 한다. 다른 하나는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면서 진정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 삶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자기 모순적이다.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살면서 죽어가고 있는 자기를 사랑하는 삶을 살 때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의 유한성을 의식하면서 짧은 인생의 시간을 최대한 아끼면서 최고로 활용해야 한다. 그렇게 자기 인생을 멋진 인생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자기 인생을 방치하거나 자기에게 주어지는 소중한 삶의 시간을 마구 허비하면서 자기와 자기 인생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다.
무엇이든지 누구든지 사랑하게 되면 다르게 보인다. 사랑하면 소중하게 행하게 된다. 그러면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그것은 우리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해보면 그것이 사실임을 알게 된다.
(월, March 31, 2025: mhparkⒸ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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