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8. 10:04ㆍ마당문 Plus-마음을 당기는 한 문장 플러스
“생명은 식물과 같이 썩은 꿈들과 실패한 노력들의 풍부한 뿌리덮개(mulch)로부터 자라난다”(윌리엄 브리지스).
☞ 답글:
어린 시절에 경험한 건데 시골의 삶은 두 시기로 구분되었다. 하나는 농사일이 아주 바쁜 시기인 농번기이고 다른 하나는 농사일이 바쁘지 않은 농한기이다. 농번기에는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어른들은 늘 분주했으나 농작물의 수확이 끝나면 농한기에는 한가롭고 거의 할 일이 없었다.
그런 농한기에 농부들이 하는 일 중 하나가 그다음 해의 농사를 위해 두엄이라고도 불리는 퇴비를 만들어 놓는 것이었다. 퇴비는 베어둔 풀이나 잡초, 긁어모은 낙엽들 또는 가축의 배설물 등을 함께 섞어서 썩힌 거름이다.
그래서인지 냄새가 별로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서 거무스름한 썩은 물도 흘러나오곤 했다. 그러나 그것은 토양에 영양분을 공급해주고 농작물이 잘 자라도록 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화학비료도 적잖이 사용되기도 했으나 농사일에 퇴비는 필수적이었다.
인생에도 농작물의 퇴비 같은 역할을 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 가운데 하나가 경험이다. 경험은 어쨌든 인생의 소중한 자산이다. 특히, 자기가 꿈꾸는 것을 이루어 가는 데 유용하게 작용할 수 있다.
삶은 경험의 복합체이다. 경험에는 좋은 경험도 있고 나쁜 경험도 있다. 즐거운 경험도 있고 아픈 경험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경험이 한데 어우러지고 작용하여 그 후의 삶을 형성한다. 마음에 꿈꾸거나 추구하는 것의 성취는 그런 과정을 거쳐야 가능하게 된다.
우리의 간절한 바람과는 아주 다르게 무엇을 하든지 인생에서 한 번에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기가 꿈꾸는 것도 대개 한 번이나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부분 여러 과정을 거치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여러 번의 어려움이나 실패도 겪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어떤 사람은 체념하면서 단념하고는 다른 길로 가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그런 과정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기 길을 걸어가는 사람도 있다.
인생은 단층적이기보다는 다층적이어서 살아갈수록 삶의 과정이 축적되고 퇴적된다. 쌓이고 쌓인다. 그래서 나중에 보면 그러한 축적되고 퇴적된 모든 것이 자기 삶 전체를 구성하는 인생의 토양이 되고 인생 이야기가 된다.
퇴비처럼 썩어서 아프고 슬프나 자기 인생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루어지지 않은 지난 꿈들 그리고 많은 수고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패로 끝나고 성과 없는 많은 시간,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게 아니라 바로 그것들이 한데 어우러진 삶의 축적물에서 새로운 꿈과 생명력이 꿈틀거리면서 솟아 나온다.
그래서 살아가면서 바라고 꿈꾸고 행하는 것의 최종 모습은 자기가 바라고 꿈꾸던 모습이 아니더라도 나름의 의미가 가치를 지닌 자기만의 고유한 것이 된다. 오늘 최선을 다해 행하고 살아가는 삶의 시간도 미래의 어느 날 자기 인생에서 성취된 그 무언가의 자양분이 되고 밑거름이 된다. 그래서 오늘이라는 시간이 대단히 소중하다.
(금, February 6, 2025: mhparkⒸ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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