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낙엽 그리고 나>

가던 길 잠시 발걸음 멈추고
가을을 느낄 겸 상념에 젖어
낙엽들만 머무는 쌀쌀한 늦가을 길 위에
가만히 서 있었다.
 
순간 다정한 바람 한 쌍이
도란도란 속삭이며
다른 바람들과 함께 가다가
뒤처져 길을 잃고 말았다.
 
그 길 잃은 바람 한 쌍
텅 빈 거리에서 갈 길을 찾느라
이리저리 서성이며 맴돌았다.
 
길 위에서 잠시 쉬고 있던 낙엽들
맴도는 그 바람에 쓸려
회전목마처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이나 함께 맴돌던 낙엽들
길 찾아 다시 떠나는 바람 따라
저편으로 뒹굴며 갔다.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도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사라져 가는 바람과 낙엽을 등지고
나의 길로 향했다.
(화, October 29, 2024: mhparkⒸ2024)

호숫가 산책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