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와 의자>

2024. 11. 5. 01:23생각 위를 걷다

이른 아침 편안한 마음으로
호숫가 산책로를 따라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다가
호숫가 한 편에 자리 잡고서
고적하게 홀로 있는 의자를 만났다.
 
걷거나 뛰다가 힘이 들 때
조용히 앉아 모든 것을 잊고 편안히 쉬고 싶을 때
또는 인생길 걷다가 생각할 필요가 있는 사람에게
조용히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잠시나마 쉼의 시간을 갖도록 만들어 놓은 의자이다.
 
우두커니 호수를 바라보면서
누구든 다가와 앉아서 함께 호수를 바라볼
동무를 기다리는 듯했다.
 
그냥 스쳐 지나갈까 하다가
호수를 보면서 잠시 쉬고 싶은 마음에
조용히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호수를 바라다보았다.
 
스쳐 가는 잔잔한 바람에 이는
호수의 잔물결들이
이 아침의 내 마음의 움직임 같았다.
 
호수 이쪽저쪽에서는 오리와 갈매기가
삼삼오오 자유롭게 노닐거나
하늘을 힘차게 날아다녔다.
 
의자에 앉아 물끄러미 호수를 바라보며
잠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호수가 내 마음에 가득 들어왔다.
 
한동안 그렇게 머물다가
호수 같은 마음으로 가을 가득한 산책로를
다시 일어나 걸었다.
(일, November 3, 2024: mhparkⒸ2024)

어느 호숫가의 홀로 된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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