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가 꿈꾼다 (11): 표면적 지식, 이면적 지식>

뜻을 정하고 마음을 모아서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좋을 뿐 아니라 희망적이다. 그것은 현재에서 미래를 품는 것이기 때문이다(미래는 어느 정도 현재하기 나름이다). 더욱이 그것에 맞는 방법을 사용하면서 배우게 되면 그만큼 더 효율적이고 유익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배울 때 그 자체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나 그것의 원리나 이면을 이해하면서 배우게 되면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더 효율적이고 배운 것에 대한 기억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어떤 것을 그냥 무작정 수용하거나 외우기보다는 그것의 이유나 방법을 고려하면서 배우는 것이 지혜로울 수 있다.
 
물론, 어떤 지식은 그저 단순하게 외우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런 특성을 지니고 있는 지식도 있다. 그런 지식은 그렇게 하면 된다. 그러나 무엇을 배우든지 배움에서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조나단은 이러한 점을 경험과 배움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그것을 자기 제자들에게 그대로 알려주고 싶었다.
 
조나단은 새로 만난 제자 플레처 린드에게 자유롭게 나는 법을 꾸준하게 가르쳤고 석 달쯤 지났을 때 여섯 마리의 갈매기 제자들이 생겼다. 그들은 모두 조나단과 린드처럼 자기 갈매기들 무리에서 쫓겨난 버림받은 갈매기들이었고 그저 나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 때문에 조나단에게 온 것이다.
 
특히, 그들은 특별하고 새로운 비행에 흥미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배웠다. 그들은 연습하는 것을 좋아했을 뿐만 아니라 연습하면 할수록 빠르게 날 수 있었고 배움에 대한 열망도 충족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조나단은 그들에게 어려운 비행술을 가르치는 것에도 관심이 있었으나 그것들과 함께 더 근본적이고도 심층적인 것을 가르쳐주기를 원했다.
 
그래서 조나단은 저녁마다 바닷가에서 제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우리들 각자는 사실상 위대한 갈매기, 무한히 자유로운 갈매기이다.” “그리고 정확한 비행은 우리의 참된 마음을 표현하는 첫걸음이다. 우리를 제한하는 모든 것들을 무시해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이 모든 고속 비행, 저속 비행 그리고 곡예비행을 연습하는 이유다.…”
 
어떤 때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너희들의 온몸은 날개 끝에서 끝까지…너희들이 볼 수 있는 형태에는 너희들의 생각 그 자체일 뿐이다. 너희들의 생각이라는 사슬을 끊어버리고, 너희들의 몸이라는 사슬도 끊어버려라.…”
 
그러나 배우는 제자 갈매기들은 낮 동안의 연습에 지쳐서 잠이 들곤 했고 나는 일 뒤에 숨은 뜻을 이해하기보다는 어려운 비행술을 연습하는 편이 훨씬 쉬었다. 그래서 조나단이 어떤 말을 하든 다른 갈매기들에게는 그저 재미있는 옛날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잠이 더 필요하고 좋았다.
 
아무리 좋거나 필요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배울 필요를 느끼지 못하거나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교육이 성과가 있으려면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사이에 적절하고도 책임 있는 상호작용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 참 어렵다.
 
조나단이 제자들에게 가르치려고 했던 ‘생각으로 나는 것’은 조나단에게는 경험 세계였고 그래서 쉽지는 않지만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제자들에게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였고 불가능하게 여겨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나단에게는 그것이 기본적인 지식으로 여겨졌을지라도 제자들에게는 도달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지식이었다. 아마도 조나단이 너희들은 제법 날 줄 알면서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몰라?”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뭔 소리래?”라고 반문했을 것 같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의 경험 세계 밖에도 지식의 세계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험적 지식이 지식의 범위 전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배움에는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 배우려는 겸손한 태도가 중요하다. 지식의 세계는 부족함을 느끼면서 계속해서 탐구하고 노력할 때 열리게 된다.
 
지식은 탐구하는 자의 것이다. 조나단의 제자들에게 있어서 조나단은 그들이 경험하지 못한 지식 세계의 실제적인 증거였다.
(일, April 14, 2024: mhparkⒸ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