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가 꿈꾼다 (9): 하늘과 땅을 모두 품고 살고 싶다>

2024. 4. 6. 08:41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인간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존재하고 살아간다. 발은 땅에 딛고 사나 머리는 하늘을 향해서 산다. 이것은 두 가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인간은 땅이라는 현실에서 살면서도 하늘이라는 이상을 품고 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땅에 살면서도 하늘을 보아야 하고 하늘을 보면서도 땅을 중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인간의 삶이 건전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영위되려면 인간 존재의 두 가지 차원, 곧 이상과 현실, 이론과 실제가 함께 고려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인간은 모두 이상과 현실을 포용하고 이론과 실제를 적절하게 조합하면서 무기력하거나 허무하지 않고 활력 있게 살아가게 된다.
 
인간이 이상만 추구하고 살면 비현실적이 되고, 반대로 현실만 생각하고 살면 현실에 매몰되고 만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이론만 따지고 살면 실제를 무시하게 되고, 실제만 생각하고 살면 근본 원리를 상실하게 된다. 이렇듯 인간은 이상과 현실, 이론과 실제 둘 다를 존중하면서 적절하게 균형을 맞춰 살아가야 잘 살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살아갈 때 우리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모두 하면서 살게 된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도 없고 해야 할 일만 하고서 살 수도 없다. 그 두 가지를 동시에 고려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것이 바람직한 삶이라고 여겨진다.
 
인간의 삶의 이런 특성은 갈매기 조나단에게도 있었다. 조나단은 새로운 세계, 새로운 하늘에서 더 빠르고 자유롭게 나는 것을 배우고 또 배운 것을 누리면서 지내게 되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자기가 떠나온 고향이 그리워졌다.
 
모래밭에 서서 이렇게 생각했다. “거기에도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애쓰는, 고깃배에서 던져지는 빵 부스러기를 얻으러 가는 것보다 더 먼 거리를 나는 일의 의미를 알려고 애쓰는 갈매기가 있을 거야. 어쩌면 지상에도 다른 갈매기들 앞에서 진실을 말하다가 쫓겨난 갈매기가 하나쯤은 있을 거야.”
 
노장 갈매기 치앙이 자신에게 가르쳐주었던 사랑과 친절에 대해 생각하면서 그것의 본질을 알려고 할수록 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그곳에서 힘들고 외로웠기는 했으나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다른 갈매기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나단은 설리반에게 그런 마음을 전했는데, 그때 설리반은 조나단이 이미 쫓겨난 새이기에 돌아가더라도 전에 살던 세상 갈매기들이 조나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했다. 더욱이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라는 말은 진실이라고 말하면서, 조나단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새로운 갈매기들이나 가르치고 도와주라고 했다.
 
조나단은 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여겨졌고 그래서 그곳에 그대로 남아서 자기처럼 새로 들어온 갈매기들을 가르쳤다. 조나단은 한동안 그렇게 지냈으나 하늘 아래 자기가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땅 위에도 배울 수 있는 갈매기들이 한둘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나단은 다시 설리반에게 자기의 마음을 전했는데 설리반은 한숨을 쉬면서도 더 이상 반대하지 않고 흔쾌히 이별을 고했다. 조나단은 그때까지 배운 시간과 공간을 극복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머릿속으로 다른 시간의 다른 바닷가에 수많은 갈매기가 모여 있는 장면을 떠올렸다. 그동안의 연습 덕분에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기가 생각한 대로 고향 바닷가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고 업적을 성취하여 안정을 이루게 되면 많은 경우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다. 지극히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때로는 또 다른 이유나 목적이나 꿈을 가지고 어려움을 감내하고 그런 자리를 박차고 나와서 새로운 세계로 모험을 강행하는 사람들도 있다.
 
더욱이 자신에게 외적인 보상이나 유익이 되지 않음에도 누군가의 유익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아름다운 마음을 지녔다. 그런 사람을 통해서 사회의 어느 부분에서는 밝아지고 진보한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욱 그렇게 된다. 갈매기 조나단처럼!
(목, April 4, 2024: mhparkⒸ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