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세계>
2024. 3. 20. 15:17ㆍ생각 위를 걷다
3월의 하순을 향해 가는 때에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더니
순식간에 바람이 세차게 불고
눈까지 많이 내렸다.
거기 호수도 그랬다.
바람이 세차게 부니
오늘은 파도가 거칠게 일었다.
눈송이까지 날리니
봄의 길목에서
시간의 걸음이 다시금 겨울로
뒷걸음질 치는 것 같았다.
호수에 삶의 터전을 두고
먹거리를 구하며 살아가는
많은 갈매기는 이런 날씨에도
세찬 바람에 날개를 죽 펴서 얹고는
자유롭게 하늘을 날다가 앉았다가
앉았다가 다시 날다가 하면서
여전히 호수에서 노닐고 있었다.
그곳이 그들의 생활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해가 뜨나 구름이 끼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시사철
그렇게 자기들 생활 세계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세차게 부는 바람 따라
눈보라가 거칠게 휘날리는
호숫가 나무 곁에 서서는
그들의 생활 세계를 보면서
나의 생활 세계를 생각한다.
그들의 일상을 보면서
나의 일상을 생각한다.
다시금 생활 세계의 항상성을 깨닫는다.
나도 갈매기들처럼 항상 그렇게
나의 생활 세계를 살아야 한다.
(화, March 19, 2024: mhparkⒸ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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