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위한 생일 미역국>

2024. 3. 16. 02:46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결혼한 남자가 가장 잘하고 살아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아내다. 물론, 부모를 공경하고 자녀가 있는 경우라면 자녀에게도 당연히 잘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내에게 잘해야 한다(아내를 때리는 가정폭력 범죄자들은 짐승만도 못한 아주 못 난 인간들이다).

사실, 대개 아내에게 잘하는 사람이 부모에게도, 자녀에게도 잘한다(때로는 그것들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지라도). 가족과 가정의 소중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그리 썩 잘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나름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엊그제는 오래전에 아내가 이 세상에서 첫날을 맞이한 날이다. 제대로 된 선물 하나 못하고 살아서 늘 미안한 마음인데, 그래도 아내 생일에는 늘 내가 미역국을 끓인다. 엊그제도 그랬다. 미역에 조개를 넣어서 나름 시원하게 미역국을 끓였다.

대개 미역국 맛이 그게 그거지만 그래도 아내의 생일 미역국이라서 마음을 더 담아서 끓였다. 개인적으로 미역국은 미역이 가득 담긴 것을 좋아하기에 이번에도 미역을 듬뿍 넣고 끓였다.

거기에 밥을 말아서 김치와 함께 먹으니 참 맛있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 때 어머니가 끓여준 미역국에 하얀 쌀밥을 말아서 김치를 곁들여 맛있게 먹던 것이 생각났다. 그 아름답고 좋았던 그리운 시절이.

게다가, 유학 시절 아내가 이곳에서 둘째와 셋째를 낳았을 때 내가 아내의 산후조리를 맡아서 해야 했는데 그때 끓여주던 미역국도 생각이 났다. 아내가 미역국에 질리지 않도록 각각 2달 정도 돌아가면서 한번은 사골로 끓이거나 참치를 넣고 끓이거나 소고기를 넣고 끓이거나 홍합이나 조개를 넣고 끓이곤 했다. 그 덕분에(?) 아내가 미역국을 덜 질리게 먹곤 했다(전적으로 나의 개인적인 생각).

그런데 그 후에 나는 한동안-여러 해-미역국을 먹지 않았다. 아내를 위해 줄곧 그렇게 미역국을 끓이면서 내가 미역국 냄새에 질렸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다시 먹게 되었다. 여전히 미역국에 밥을 말아서 김치를 얹어서 아주 맛있게.

아내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끓인 미역국을 보는데 이런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정성 가득...크게 감사...생일 축하....'
(금, March 15, 2024: mhparkⒸ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