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을이 되다>
2023. 10. 5. 09:55ㆍ생각 위를 걷다
예전에 한참 젊었을 때는
무더운 여름을 뜨겁게 지내다가
가을이 되면 가을을 탔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며 지나다가
어느 순간, 쌀쌀해지고
푸르던 잎이 아름답게 물들다가
대지에 떨어져 갈색 낙엽으로 뒹굴때면
내 마음도 덩달아 진갈색으로 바뀌고
바람 따라 생의 거리를 뒹굴곤 했습니다.
그러면 마음은 온통 갈색 가을이 되고
온몸으로 가을을 짙게 느끼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가을날 도심 속에서 한 여인을 만났습니다.
그 후에는
그 이상 계절 속 가을을 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대신
다른 가을을 타게 되었습니다.
그 여인이 내 마음의 가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나의 가을이 되어 함께 인생길을 걷고 있습니다.
나의 가을이 되어 내 마음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인생의 두 가을-
그 가을과 함께 지난 봄과 여름 인생길을 걷다가
이 가을과 다시 조우합니다.
그리고 가을 속으로 나란히 걸어 들어갑니다.
가을도 우리 속으로 살며시 들어옵니다.
그렇게 서로를 탑니다.
어느 덧, 우리는 세 가을이 됩니다.
(수, October 4,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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