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천천히>

2023. 8. 27. 00:36생각 위를 걷다

어느 날 이 세상에 와 그대를 만나고
우리 함께 가는 길
나란히 걸어가고 싶으니
그대 너무 빨리 앞서 가지 말아요.
조금만 천천히 걸어주세요.
 
가끔씩은
내가 어디쯤 있는지 뒤돌아 봐주세요.
걸을수록 빨라지는 그대의 걸음을
따라잡기가 힘에 부쳐요.
 
나름 열심히 따라가려고 하지만
걷다 보면 힘이 들고 숨이 차서
잠시 쉬었다 가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러니 때로는 거기에 잠시만 서서
그냥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기다려주세요.
 
내가 그대에게 이르게 되더라도
무정하게 곧바로 떠나지 말고
잠시 나와 함께 쉬면서
이런저런 정겨운 담소를 나누다가
여유 있게 떠나요.
 
이제는 걸을수록 힘이 더 많이 드는데
인생길 걷는 그 길 위에
아직 내 마음을 다 풀어 놓지 못했어요.
 
그러니 우리 함께 떠나는 이 여행이
모두 끝나기 전에
내 이야기 자유롭게 다 펼칠 수 있게
그대 조금만 천천히 걸어주세요.
조금만 천천히.
(금, August 25,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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