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목나무의 증언>

2023. 2. 10. 00:29소중한 어제-과거의 글자취

푸르른 풀들, 푸르른 나무들

가득한 어느 숲속 길가에

덩치 큰 고목나무 한 그루

생기 없이 한 팔 벌린 채

우두커니 서 있다.

 

그 옆에 부러져 쓰러진 분신이

고단한 육신을 누이듯이

처량하게 덩그러니 누워

오가는 이들에게 세월의 덧없음을

말없이 이야기한다.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변하고 변하는 계절 속에

해가 뜨고 지고 비 내리고

또 눈 내리다 보면

그마저 흙 속으로 사라져 갈 것이다.

 

그리고

그 옆의 푸르른 풀들, 푸르른 나무들도

그 고목나무처럼

화려했던 지난 시절을 뒤로 하고

어느 날,

쓸쓸하게 사라져 갈 것이다.

 

그래도 그 때까지는

푸르른 풀들, 푸르른 나무들

날마다 푸르고 푸르게

힘차고 힘차게

살아가야 하리라.

 

그리고 나도.

(, July 20, 2022: mhpark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