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새 나무>

2023. 2. 9. 01:05소중한 어제-과거의 글자취

길옆 나무들 옹기종기 모여

평화로이 숲을 이루는 곳에

널따란 그루터기 하나

덩그러니 보인다.

 

오래 전 어느 날,

이곳에 뿌리내리고 오랜 세월

햇살 가득한 날

비바람 거세게 부는 날

살갗 에이는 혹독한 겨울날을

수없이 지나며 자라고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이유도 모른 채 갑자기 전부 잘렸다.

그러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베였다.

 

하지만 다시금

땅속 깊이 뿌리를 두고

새순으로 새 생명을 쏟아내고 있다.

또 다른 너를 힘차게 분만하고 있다.

 

세월 지나고 지나 어느 날

새순은 자라고자라

또 하나의 나무가 되겠지.

 

그때까진 다시금 또 다시금

햇살을 품고

비바람을 맞고

눈보라를 감당하며

지고의 세월을 보내야 하리라.

조용히 네 모습을 마음에 그려본다.

 

먼 훗날

내가 너를 볼 수 없을 때에도

너는 푸르게 자라가겠지.

그루터기는 썩어져가도

너는 날마다 자라가겠지.

(, June 23, 2022: mhpark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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