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3. 01:35ㆍ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바닷가 모래 위를 걸으면 그 뒤에는 발자국이 우리의 발자취로 남는 것처럼, 우리가 지나온 곳에는 어떤 모양이든 우리가 걸어온 그대로 발자취가 남는다. 그래서 어떤 발자취든 남기고 싶은 발자취가 있다면 그 길로 꾸준히 걸어야 한다.
잠시 찻집에 앉아 향긋한 커피향을 맡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 동안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노라니, 지나온 시간 위에 써온 글자국들이 내 삶의 글자취로 남는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모아져서 걸어온 긴 발자취가 되듯이, 부족하지만 한 문장 또 한 문장 써온 글들이 모아져 나의 글자취로 적지 않게 남게 되었다.
나를 위한 글쓰기는 딱딱하고 건조한 학문적 글들을 읽어오면서 건조해지기 쉬운 지성에 촉촉한 감성을 일구고 가미하는 방법이다. 나 자신을 위한 글쓰기에서 잘 쓰고 못 쓰고는 그렇게 중요하지가 않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어차피 나에게 글은 나 자신에게 쓰는 글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생각을 모으고 정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른 하나는 본래 글을 쓰는 재능이 있어서 쓰는 것이 아니니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개의하지 않고 쓰고 싶은대로 쓸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다. 그런 마음으로 그냥 쓰면 생각이 그대로 글자에 담기고 나타난다. 그렇게 쓰다보니 갯수가 좀 되고 나의 글자취로 남고 있다.
해변으로 밀려오는 파도가 포말로 부서지면서 모래 속으로 스미는 바닷물처럼, 지성 속으로 스미는 감성의 촉촉함을 유지하기 위해 마음, 곧 지성(mind)에 또 다른 마음, 곧 감성(heart)을 포갠다.
글쓰기는 삶에 유익하다. 지성에도 유익하고 감성에도 유익하다. 인생길에 글자국을 남기며 걷다보면, 훗날 인생의 뒤안길에서 또는 좀 더 걸어간 후에뒤돌아 자신의 글자취을 보게 될 때 자신의 이야기를 읽는 시간이 있게 된다.
글쓰기는 일기와 마찬가지로 살아가면서 일종의 자서전적 이야기-전기-를 쓰는 것이다. 그래서 의미 있고 가치가 있다. 이 글도 내 인생의 글자취로 남겠지.
(수, February 1,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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