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창한 겨울날의 사색>

2023. 2. 9. 01:06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찬바람이 고개를 들면, 몸은 저절로 움츠려들고 마음은 자꾸 고개를 숙이고 따스한 곳을 찾게 된다. 며칠 새 그랬다. 요즘 참 추웠다. 그러다가 오늘은 날씨가 조금 풀렸다. 오랜 만에 화창한 날씨였다.

 

계절과 관련하여 화창하다는 말은 무엇보다도 만물이 생동하고 그 생동함과 햇살이 가장 잘 어울리는 봄에 적합한 말일 것이다. 화창한 봄날! 그것은 마음을 활짝 열게 하는 말이다. 생각만 해도 마음 설레게 하는 말이다.

 

그러나 겨울에도 그 말에 잘 어울리는 날들이 있다. 화창한 겨울날!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며칠간 춥고 흐리더니, 오늘은 햇살이 밝고 날씨도 맑고 화창했다햇살 가득한 양지 바른 곳에 위치한 분위기 좋은 찻집에 앉아 오랜 친구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꽃 피우기에 참 좋은 날이었다.

 

추운 겨울에 이렇게 화창한 날을 접하면서 삶의 두 면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겨울나무는 푸른 잎을 떨궈낸 채 앙상한 가지만 가진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늘 푸른 상록수도 있는 것처럼, 겨울이라고 해서 눈만 내리고 늘 추운 것이 아니라 겨울에도 이렇게 좋은 날들, 곧 은혜의 시간이 있다는 것은 마음을 따스하게 해주고 추운 겨울을 너무 움츠려들지 않고 힘차고 희망차게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엊그제는 오래 간만에 지난여름과 가을에 아침마다 즐겁게 걸었던 나무숲 산책로를 홀로 걷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는 그 동안 내린 눈이 얼어붙어 얼음길이 된 길을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걸으며 그 밑에는 지난여름과 가을에 즐겁게 걸었던 흙길이 있음을 생각했다.

 

다시 햇볕이 들어 얼음이 녹으면 그리고 이 추운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되면, 그 길은 다시금 본래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때는 두 다리에 힘을 주지 않고도 다시금 힘차게 걷게 될 것이다.

 

계절의 변화가 있는 인생에서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덥고 춥고 하는 삶의 상황은 피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것을 인정하고 그것에 적절하게 대비하고 대처하며 사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며칠간 많이 추워서 그런지 오늘은 화창한 햇살이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아주 화창한 날씨! 남은 겨울의 시간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 허황된 바람인 줄 잘 알면서도 한 마디 던져봤다. 그럼에도 때가 되면 봄이 올 것이다.

(, February 6, 2023: mhpark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