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과 의미>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존 하워드 페인이 작사한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노래에는 집과 관련하여 대단히 의미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 이 노랫말은 우리에게 집과 그 안의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가정이 진정한 즐거움의 자리이고 참되고 유일한 안식처라는 것이다. 안식이 있는 곳에 진정한 즐거움이 있음을 말해준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즐거움은 중요한 요소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고통이나 슬픔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누구나 행복을 꿈꾸고 원하며 누구나 즐겁게 살기를 원한다. 이처럼 즐거움은 분명 삶의 중요한 동력이다.
 
그런데 즐겁기로만 따지자면 집보다 세상에 즐거운 곳이 더 많이 있다. 세상에는 우리를 일시적으로 즐겁게 해주는 곳이 참으로 많다. 어떤 점에서 보면, 가정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런 즐거움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그에 비해서 사람에 따라 그리고 가정에 따라 집은 오히려 아픔과 상처를 주기도 하고 마음을 힘들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 집에 들어가기를 싫어하거나 집을 나가기도 한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서로를 위하고 존중하며 친밀감이 있는 정상적인 가정이라면 집은 분명 가장 안전한 공간이고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 즐거운 곳이다.
 
특히, 세상이 주고 또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대게 조건적이거나 물질적이다. 세상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거저 주지 않는다. 즐거움을 주면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원한다. 그래서 세상이 원하는 것을 갖추거나 줄 때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반면에 가정에서 얻는 즐거움과 안식은 아주 다르다. 그것들은 조건적이지도 않고 물질적이지도 않다(비록 살아가는데 물질이 없어서는 안 되지만). 삶 자체라고 할 수 있다(사람과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의미도 인생의 중요한 동력이다. 의미는 인간이 삶을 지속해서 영위해 갈 수 있게 하는 힘이다. 그래서 우리의 삶에 즐거움과 의미가 함께 있다면 때론 어렵고 힘이 들더라도 가슴 벅차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즐거움보다는 의미가 있기를 원한다. 비록 삶에 즐거움이 없거나 적더라도 의미가 있다면 삶을 지속해 가는 데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인생이 즐겁기만 하고 의미를 느낄 수 없다면 그 즐거움은 삶에 부분적으로는 역할을 할 수는 있겠으나 전인적이고 전체적인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떤 점에서 보면, 인간 존재와 의미는 서로 나뉠 수 없다. 존재는 의미를 추구하고 의미는 존재를 구성한다. 의미는 삶을 지탱해주는 버팀목과 같은 것이다. 자기 삶에서 의미를 느끼지 못할 때 인간은 실존의 깊은 공허와 허무를 느끼게 된다.
 
빅터 프랑클은 그의 인생의 어느 시점에 외적인 힘에 의해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때 그는 그 극한 상황 속의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삶에 있어서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받게 되었다. 그리고는 그러한 사실을 토대로 의미치료법인 로고데라피(Logotherapy) 학파를 창설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주된 관심이 쾌락을 얻거나 고통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는 자신의 삶에 의미를 찾으려 한다는 것이 로고데라피의 기본 신조 중의 하나이다. 바로 그 때문에 인간은 자신의 고통에 의미가 있다고 확신하면 기꺼이 그 고통을 받아들이기까지 하는 것이다.”
 
무신론적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는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인생에서 조금이라도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존재해 갈 수 있다. 의미가 그와 그의 삶을 붙잡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에서는 즐거움보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즐거움보다 의미!
(화, January 7, 2025: mhparkⒸ2025)

어느 산책로에서 만난 작은 새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