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11. 14:41ㆍ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어릴 적에는 빨리 어른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어른들은 자기 마음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어른이 되면 무언가 특별한 게(?)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삶이 그리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특별한 게 없었다. 그저 일생을 구성하는 전 과정에서 각각의 시기를 거쳐 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 발달의 관점에서 보면, 인생이란 요람에서 무덤까지, 곧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각각의 통과의례를 거치면서 각각의 시기에 맞는 발달 과업을 적절하게 수행해 가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은 인생에서 특별하거나 대단한 것을 추구하기보다 나의 통과의례를 거치면서 나만의 고유한 것-비록 그것이 작고 평범한 것이라고 할지라도-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려고 한다.
지난 연말에 지인들과 식사 약속이 있어서 약 1시간 거리의 약속 장소로 운전해 가고 있었다. 평소 좋아하는 노래들을 USB에 담아서 운전할 때마다 듣곤 하는데 그날도 저장된 순서대로 노래가 흘러나왔다.
노래를 들으며 즐겁게 운전해 가는데 다른 노래들보다 더 나의 귀를 사로잡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김수철 씨의 <내일>이란 노래였다.
“스쳐 가는 은빛 사연들이 밤하늘에 가득 차고 풀나무에 맺힌 이슬처럼 외로움이 찾아드네 별 따라 간 사람 불러보다 옛 추억을 헤아리면 눈동자의 어린 얼굴들은 잊혀져 간 나의 모습 흘러 흘러 세월 가면 무엇이 될까 멀고도 먼 방랑길을 나 홀로 가야 하나 한 송이 꽃이 될까 내일 또 내일.”
학창 시절에 이 노래를 처음 접하고는 금방 좋아하게 되었다. 멜로디가 감미롭고 가사의 내용도 의미가 깊어서 내 마음을 끌었다. 특히, 후반부의 “흘러 흘러 세월 가면 무엇이 될까…내일 또 내일”에 이르면 완전히 감정이입이 되어서 가사의 내용이 나의 물음이 되었다.
학창 시절 나의 내일이 무척이나 궁금했던 나는 나 자신에게 이렇게 묻곤 했다. ‘나의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 정도 세월이 가게 되어 어른이 되면 나는 무엇이 될까?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내가 지금 바라고 꿈꾸는 것을 이루어가고 있을까? 아니면 어른이 되면 다른 꿈을 꾸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지금은 어른이 되어서 학창 시절에 생각했던 나의 ‘그 내일’의 어느 시점을 살아가고 있는데, 그 시절에 꿈꾸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어떤 것들은 그 시절에만 품을 수 있었던, 말 그대로 꿈에 그친 것도 있고 또 어떤 것들은 “흘러 흘러 세월 가면 무엇이 될까?”라고 물으면서 여전히 또 다른 내일을 생각하는 것도 있다.
그래서 학창 시절 어른이 된 나의 그 내일이 궁금했던 것처럼 나는 여전히 더 먼 훗날 나의 내일이 궁금하다. 그때 나는 무엇이 되고 있을까? 지금 바라고 있는 것을 얼마만큼 내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을까? 정원의 예쁜 한 송이 꽃은 아니어도 들판의 한 송이 야생화는 되어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학창 시절에 궁금했던 나의 그 내일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걸어온 것처럼, 지금 무척이나 궁금한 또 다른 나의 그 내일, 곧 흘러 흘러 세월이 간 뒤의 그 미래의 나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여전히 가야 할 길을 꾀부리지 않고 오롯이 걸어간다.
학창 시절 나의 그 내일에 ‘나는 무엇이 될까?’라는 궁금함을 품고 지금까지 인생길을 걸으면서 배운 특별한 것이 있다. 자기의 그 내일을 만나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인생길을 꿈차게 걸어가는 것이고 매일매일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거라는 것이다. 내일은 오늘의 부산물이고 결과이며 열매이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 꿈꾸고 바라는 것이 그 내일에 다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오늘 인생길을 걸어가면서 “흘러 흘러 세월 가면 무엇이 될까”라고 물으며 자기의 그 내일에 될 그 무엇을 위해 오늘을 최고로 사는 것이 멋진 삶이다.
오늘도 “흘러 흘러 세월 가면 무엇이 될까”라고 중얼거리면서 또 하루 인생길을 걸었다. 내일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발걸음이 멈추게 될 때까지 계속해서 그렇게 할 것이다.
(금, January 9, 2025: mhparkⒸ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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