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여정: 농부의 관점>

추수의 계절 가을이 되면 저절로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의 시골집 앞에 널따랗게 펼쳐진 논들이 생각난다. 어릴 적 시골집은 약간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 안방 마루에서 내다보면 집 앞쪽에 많은 논이 보였다.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열면 그렇게 펼쳐진 모습들이 늘 눈에 들어왔고 그런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을 뿐만 아니라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봄이 되면 논일을 위해 동네의 아저씨들과 아주머니들, 곧 농부들이 힘들고 어려워도 열심히 일했다. 어른들은 논에 물을 대고 벼를 심었다. 그래서 봄에는 논들이 녹색으로 바뀌고 여름에는 더 짙은 녹색 들판이 되었다. 농부들은 벼가 잘 자라도록 병충해 예방을 위해 농약도 뿌리고 물이 부족하지 않도록 양수기로 물을 공급해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무더운 여름에 가뭄이 들면 물이 부족해서 논이 쫙쫙 갈려졌고 그럴 때면 농부들은 노심초사 비가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곤 했다. 그와는 반대로 장마철이 되면 벼들이 바람과 많은 비로 인해 드러눕기도 했고 농부들은 그것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느라 많은 수고를 하곤 했다.
 
그리고 그러한 수고와 애탐 속에 가을에는 벼가 모두 노랗게 익어갔고 수확을 기다렸다. 벼가 노랗게 다 익으면 동네 어른들은 다시 모여 함께 기분 좋게 수확했다. 그리고 거둬들인 수확물로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자녀를 양육하고 필요한 것을 샀다.
 
어릴 적에 볼 것이 그리 많지 않은 시골 생활에서 어른들은 힘이 많이 들었으나 나에게는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운 경험이었다. 지금도 내 인생에서 아름다운 추억으로 머문다.
 
물리적인 세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법칙 중 하나는 “뿌림과 거둠의 법칙”이다. 무엇이든지 뿌려야 거둘 수 있다. 물론 뿌리고 가꾸는 일은 어렵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 가을에 추수할 때 기쁨을 얻는다.

그리고 그렇게 뿌려야만 거둬들일 게 있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인간의 삶은 농부의 삶에 비유할 수 있다. 특히 인간은 보통 세 가지 점에서 농부이다.
 
첫째, 인간은 자기 인생에서 무언가 열심히 뿌려야 나중에 거두게 된다. 학생은 열심히 배워야 나중에 지식을 얻고 자기 길을 멋지게 갈 수 있다. 아무것도 뿌리지 않고 가을에 거두려고 하면 그것은 욕심이고 착각이다. 그렇게 살면 결국 인생의 황혼에 빈손이 되고 깊은 허무를 느낄 수밖에 없게 된다.
 
둘째, 인간은 결혼하여 자녀를 낳으면 농부의 삶을 살게 된다. 자녀 양육과 관련하여 우리가 종종 사용하는 “자식 농사”라는 말이 그런 의미이다. 부모가 자녀를 낳아서 기르는 일이다. 농사를 짓는 것처럼 자녀도 낳아 정성스럽게 기르는 일이라는 의미이다.
 
무엇보다도 자녀는 부모 하기 나름이다. 자녀는 부모에게서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자녀는 부모의 가르침을 잘 따르면서 자라야 한다. 그래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부모가 자녀들을 잘 기르는 일에 대해 성실하고 충실하게 책임을 지지 않으면 자녀들이 잘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열심히 길러도 자녀들이 곁길로 가는 경우도 적잖이 있지만 어쨌든 부모의 주된 책임은 낳은 자녀를 잘 기르는 것이다.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먹이면서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셋째, 신앙인이라면 그 사람은 신과 관련하여 그리고 신 앞에서 농부이다. 신을 믿는 믿음을 갖고 신의 충실한 사람이 되도록 자기와 자기 인생을 잘 가꾸고 돌보고 길러야 한다. 그래야 자기가 믿는 신과 관련하여 종교적 자기 됨을 실천하는 것이다.
 
인생에는 사계절이 있다. 인생의 봄이 있고 인생의 여름이 있다. 인생의 가을이 있고 인생의 겨울이 있다. 인생의 봄에 심고 여름에 열심히 일하면서 가꾸지 않으면 가을에는 거둘 것이 없게 된다. 그러면 인생의 겨울이 되면 후회하면서 허무하게 이 세상을 떠나가게 된다.
 
그렇게 되기 전에 농부의 한 사람으로서 심고 가꾸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렇게 사는 사람은 지혜롭고 복된 사람이다. 멋지게 사는 사람이다. 아름다운 인생이다.
(화, October 22, 2024: mhparkⒸ2024)

고향 마을의 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