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해서 한다: 어느 음악인을 보고서>

2024. 11. 4. 07:12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어릴 때부터 책이나 지도 또는 매체를 통해서 들어보기만 했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던 곳에 처음으로 가게 되었다. 지난 9월 더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릴 때 그곳에 3박 4일을 머물렀고 주변을 구경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가 보고 싶은 곳이었다.
 
밤에는 도시의 해안가를 따라 걸으면서 늦더위를 피하기도 하고 멋진 야경도 구경했다. 그렇게 구경하며 걷는데 어딘가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이 가서 보니 삼십 대 전후로 보이는 어떤 남자가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일명 버스커, 곧 길거리 가수였다.
 
그 앞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들을 수 있도록 간이 의자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몇몇 사람은 앉아서 듣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오고 가다가 잠시 발걸음 멈추어 서서 듣거나 의자에 앉아 듣기도 했다. 나는 조금 떨어져서 선 채로 들었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자리를 뜨게 되면 아무도 없이 빈 의자만 덜렁 남겨졌다.
 
그래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준비한 노래를 열심히 불렀다. 그다음 날도 그렇게 했다. 아마도 매일 그렇게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노래를 부르는 그를 보면서 한 가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고 또 하고 싶은 일이라면 누가 뭐라고 해도,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누가 관심을 가지지 않더라도 열심히 하는 것은 좋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이다.
 
에밀리 브론테는 “나는 내 안의 내가 원하는 곳으로 걸어갈 것이다. 다른 안내자를 고르는 것은 정말로 싫은 일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괴테는 “재능을 갖고 태어난 사람은 그 재능을 발휘하면서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라고 말한다.
 
삶은 자기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 억지로 하지 않고 즐겁고 기쁘게 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오래 할 수 있다. 그것이 행복한 인생을 사는 비결 중 하나이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하든지 오래 하면 대개 싫증이 나기 마련이다. 그것은 우리의 일반적인 성향이다. 그런 일반적인 성향을 극복하거나 잘 다루는 방법은 힘이 들든지 그렇지 않든지 자기에게 보람과 의미와 즐거움을 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9월에 어떤 남쪽 해안 도시의 바닷가에서 열창하던 그는 행복한 사람이고 진정으로 음악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그의 모습이 눈에 떠오른다. 그의 노래가 귀에 울린다.
(일, November 3, 2024: mhparkⒸ2024)

남쪽 해안 도시 통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