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29. 12:26ㆍ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아침에 계단을 오르내리고 산책로를 걷다 보면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여럿 만나게 된다. 그런 사람 중에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그는 칠십에서 팔십 정도로 보이는 어떤 할아버지이다.
그는 거동이 그리 자유롭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지팡이를 두 개 집고서 천천히 걸어가기 때문이다. 그 할아버지는 멀리서-아마도 집에서부터-걸어오다가 계단 바로 아랫부분이자 산책로의 입구에 이르면 지팡이를 내려놓고 산책로 알림 간판 기둥을 잡고서 잠시 스트레칭을 한다. 그런 다음에 다시 지팡이를 집어 들고서 목적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그 할아버지가 가는 곳은 한 곳이다. 늘 한 곳을 향한다. 산책로를 따라 죽 걸어가다가 왼쪽으로 골프장의 한 홀 옆으로 나 있는 작은 길을 따라 언덕을 올라간다. 늘 똑같다. 최종 목적지는 어딘지는 모른다. 게다가 토요일에는 가방을 메고서 그 위에 들꽃 한 다발을 꽂고서 간다. 늘 그렇다.
추측건대, 먼저 떠난 아내가 자녀를 생각하면서 그곳으로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거기에 묘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튼 늘 그렇게 한다.
그런 그를 볼 때마다 “대체 매일 아침 어디를 갔다가 오며 토요일에는 왜 꽃을 가지고 갑니까?”라고 때때로 묻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묻지는 않았다.
그의 모습을 보면서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하나는 그의 한결같음이다. 거동이 불편함에도 매일매일 같은 모습으로 목적지를 향해 간다. 그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 감동한다. 다른 하나는 그의 지극한 정성이다. 특정한 대상에 대한 그의 숭고한 마음이다.
다른 한편으로 그런 마음을 줄 수 있다는 게 그에게는 복일 것이다. 한평생 살아가면서 누군가에 또는 무언가에 마음을 온전히 주고 정성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귀하다.
꽃은 꽃집에서 사 온 게 아니라 야생화나 화단에서 꺾어온 듯하다. 불편할 텐데도 꽃의 대상을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꺾었을 것 같다.
인생의 어느 길을 걷든지, 남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한결같은 마음으로 고즈넉이 한 길 자기 길을 걷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들은 인생을 멋지게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닮고 싶어진다.
(금, June 28, 2024: mhparkⒸ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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