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15. 23:28ㆍ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나무숲 터널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나무계단을 만나게 되고 거기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오른쪽으로 또 하나 나의 시선을 끄는 것을 만나게 된다. 나무숲 안쪽으로 이전에 잘린 나무들을 한데 모아 가지런히 세워놓은 곳이다.
그것들은 이제 생명력을 잃고 고목이 되어 나무숲 안에 놓여 있다. 누군가 자른 뒤에 그냥 내팽개쳐 놓지 않고 서로 기댄 상태로 가지런하게 세워 놓았다. 생명력을 잃은 모습은 적잖이 애처로이 보여도 그 가지런한 모습은 그리 나쁘지 않게 보인다. 마치 캠프파이어를 할 때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세워놓은 모습 같아 보인다.
그런데 이제는 고목이 되어 살아있는 나무들 사이에 있는 그 모습이 대단히 역설적이다. 그 나무들도 한때는 그 주변에 있는 나무들처럼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서 하늘 향해 무럭무럭 자라가고 있었을 텐데 어느 순간 잘려서 그렇게 놓여 있는 것이다.
살아 있는 나무들 사이에 있는 죽은 나무들, 죽은 나무들 주변에 있는 살아 있는 나무들 그 두 모습이 대단히 색다르게 다가온다. 잘려서 죽어 있는 고목들은 살아 있는 나무들의 장래의 모습이 될 것이고 살아 있는 나무들은 죽어 있는 고목들의 과거의 모습이다. 그 두 존재는 유한한 것들로서 서로를 반영하고 있다. 단지 시기가 다를 뿐이다.
물리 세계의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죽어가는 과정에 있다. 그래서 때가 되면 죽어서 고목 나무가 된 나무들처럼 모두 죽는다. 나 자신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그 지점에 이르러 그것들이 나의 시선을 잡아끌 때 잠시 발걸음 멈추고 그 모습을 바라다보노라면 고목들이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너도 지금은 살아 있지만 우리도 한때는 너처럼 살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죽어서 이렇게 되었다. 너도 언젠가 우리처럼 죽어서 생명력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명심하고 그때가 오기 전에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주변의 푸르른 나무들처럼 힘차고 푸르게 살아가라.’
그런 소리를 내면으로 들으면서 나 자신에게 묻는다. ‘인생 고목이 되기 전에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을까?’ 그렇게 물으면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까를 깊이 생각한다.
그 시간이 오기 전에 자기 안에 담긴 꿈을 마음껏 펼치면서 푸르게 사는 것이 가장 좋다. 낮이 되건 밤이 되건, 날씨가 좋건 나쁘건, 비바람이 불건 햇살이 뜨겁건, 어떤 상황에 놓이든지 자기 생을 최대한으로 누리는 것이다.
주어진 상황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바꿀 수 있다면 바꾸면서 살아야 하지만 바꿀 수 없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자기 자리에서 최고의 삶을 사는 것이다. 그것이 지혜다. 상황을 탓하면서 또는 상황이 좋게 바뀌기를 바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는 말처럼, 길은 노력하면서 걷는 사람에게 펼쳐진다.
나무들은 자기들의 삶의 자리를 바꿀 수가 없다. 한곳에 심긴 채로 일생을 살아간다. 그래도 자기 자리에서 한세상 푸르게 자라고 자라면서 자기들에게 주어진 생을 힘차고 아름답게 향유한다. 죽어서 고목이 되면 그럴 수가 없다. 살아 있는 지금만 생을 노래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그렇게 하는 것이다.
마이클 윈버그는 이렇게 말한다. “젊은 시절, 나는 스스로에게 인생의 가장 중요한 질문 몇 가지를 해본 적이 있다. 어떻게 하면 이 짧고도 기적적인 삶을 가장 잘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지금부터라도 가장 덜 후회스런 삶을 살 수 있을까?”
그런 다음에 자기의 책 전체에 걸쳐 설득력 있는 많은 말을 하는데 그것들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우리는 정말로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 채 살고 있다. 진정한 성공은 물질이 아니라 자신을 얼마나 발전시켰느냐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진정한 성공은 바로, 성숙, 발전, 우정, 믿음, 그리고 사랑 자체이기도 하다. 그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유물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목적을 추구하고 우리 자신을 이 세상의 없어서는 안 될 구성원으로 만들 때 오는 것이다.”
한 그루 나무는 누가 알아두든 알아주지 않든 자기 자리에서 푸르고 힘차게 자라가면서 ‘자기를 이 세상의 없어서는 안 될 구성체’로 만들고 있다. 고목도 한때는 그렇게 하다가 고목이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이란 물음을 나 자신에게 던진다. 그리고는 그 물음에 삶으로 답하기 위해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토, June 15, 2024: mhparkⒸ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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