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27. 23:24ㆍ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고 꿈꾸며 살아간다. 희망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인 인간으로서 당연한 태도일 것이다. 실제로, 희망 안에서 사는 것은 인간이 품을 수 있는 최고의 가능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일 우리에게 내일에 대한 기대와 꿈과 희망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분명 동력을 잃어버리게 될 뿐 아니라 의미도 잃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삶은 언제나 현재적임과 동시에 미래적이기 때문이고 의미도 그러하기 때문이다.
바람직하게도 사람들은 그런 태도로 연말이 되고 새해의 첫날이 될 때 떠오르는 새해의 해를 보며 희망을 품고 소망을 빌곤 한다. 새해에 대해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품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어려움을 많이 겪으면서 지나온 해일수록 그 해가 빨리 가고 새해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도 그만큼 커지기도 한다. 새해가 되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일견 그 마음이 이해된다. 한 해를 힘겹게 지나왔다면 충분히 그럴만하다.
그런데 문제는 새해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보며 소원을 빌어도 물체인 해는 소원을 비는 사람에게 인격적으로 그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벽을 향해 비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새해가 되어도 상황은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해 자체는 어떠한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냥 막연한 기대일 뿐이다.
불행하게도 새해에 일이 또 잘 풀리지 않으면 그 해가 빨리 가고 다음 해가 오기를 큰 기대를 품고 또 기다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계속해서 기대할 것이고 그러다가 지치게 되거나 아예 기대를 품지 않게 될 것이다. 결국에는 역사적 회의주의에 빠지게 되거나 비관적 인생론에 젖게 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시간의 흐름 자체가 우리의 삶의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시간의 흐름 자체가 상황과 역사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인간의 역사는 진작에 온전한 상태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기술과 생활 조건은 많이 발전해온 것이 사실이나 인간의 역사 자체는, 더욱이 인간성 자체는 많이 나아지지 않았다.
비관적이고 부정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새해라고 해서 딱히 달라질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연대기적 구분과 개념의 차이일 뿐 매일매일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둘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리고 새해라고 해서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을 좀 더 나아지게 하거나 바꿀 수 있는 것은 있는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바로 인격적이고 능력이 있는 외적인 요인과 우리 자신의 노력뿐이다. 그런데 외적인 요인의 몫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므로 그냥 그 힘에 맡겨두고 매일매일을 새해의 첫날인 것처럼 최선을 다하면서 내일을 형성해가는 것이 지혜로운 것이다.
올해 남은 며칠도 그런 태도로 살고 다가오는 새해도 같은 태도로 살아가면서 삶을 형성해가다 보면, 외적으로는 그리고 세상적으로는 어떠하든지 자기 삶은 매일매일 조금씩 달라지면서 결국에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살아가는 올해이든지 다가오는 새해이든지에 상관없이 밝은 내일을 가슴 가득 품고 그저 하루하루를 새해의 첫날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고 좋다. 내일의 열매는 대부분 오늘의 삶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수, December 27,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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