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간에 아파하면서 굳게 서기>

2023. 12. 29. 14:18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지금까지 인생길을 걸어오면서 특별히 힘들게 느껴진 때가 여러 번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두 때가 정신적으로 힘이 많이 들었다. 한번은 밝은 미래를 꿈꾸며 인생 계획을 하고서 그것의 성취를 위해 나름으로 정성 다해 노력하며 살아왔음에도 인생길이 계획한 대로 펼쳐지지 않은 때였다. 그때 한동안 깊은 실의와 절망감에 빠진 적이 있다.
 
또 한번은 인생에서 아주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를 잃고서 커다란 고통 가운데서 아파하던 때이다. 그때는 모든 것이 무너지고 끝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어려움이 많이 있었지만 그래도 모든 것이 무너지고 끝나지는 않았다.
 
인간의 삶은 크든 작든, 많든 적든 얻음과 잃음, 획득과 상실의 연속적인 과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얻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잃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슬픔과 아픔을 경험하게 된다. 무언가를 얻을 때는 한없이 기쁘고 즐겁지만 반대로 무언가를 잃을 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프고 아프다. 감정을 지닌 존재로서의 인간에게 있어서 당연한 반응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상실을 경험할 때 처음의 주된 반응은 그것을 부정하고 회피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레이먼드 무디(Raymond Moody)와 다이앤 아캔젤(Dianne Arcanngel)은 『상실 후의 삶: 슬픔을 이겨내고 희망을 찾기』(Life After Loss: Conquering Grief and Finding Hope)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미국]의 문화는 슬픔을 부정하는 문화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뒤에 사람들 대부분은 세속적인 것들, 곧 일, 음식, 술, 마약, 음악, 텔레비전, 운동, 성, 책, 쇼핑, 인터넷 등에 몰두함으로써 자신들의 상실감을 회피한다.…
 
”상실은 비통한 마음이 들게 할 수 있다. 대단히 파괴적일 수 있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느낌이 들게 할 수 있다. 우리의 여정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슬픔을 이해하고 관리하려고 애쓰면서 교실들에서, 도서관들에서 그리고 교회들에서 40년 전에 시작되었다.”
 
상실을 경험할 때 그것을 부정하고 회피하는 것은 보통 사람들의 일반적인 반응일 것이다. 실패나 상실을 경험할 때 슬퍼하는 것과 그것을 부정하고 회피하고 싶은 마음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온갖 정성을 다해 진행해 온 일이 어느 순간에 물거품이 되거나 공든 탑이 무너질 때 우리는 깊은 상실감에 빠지곤 한다.
 
더욱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었을 때는 더 큰 상실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상실의 고통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실감은 행복감이나 어떤 다른 느낌보다 깊고 오래간다.
 
그러나 상실을 부정하고 회피한다고 해서 그것이 되돌아올 수 있거나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실에 대한 최고의 처방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고 시간이 필요하긴 하나 그것과 현실적으로 대면하는 것이다. 상실을 직시하고 그것과 대면할 수 있어야 그것을 조금씩 극복해 갈 수 있게 된다. 부정하고 회피하게 되면 계속해서 마음에 남아 있게 된다.
 
이처럼, 상실을 경험하게 될 때 부정과 회피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부정하고 회피하면서 잠깐 잊을 수는 있을지 모르나 그것은 분명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그래서 인생길을 걸어오면서 상실을 경험할 때 예전에는 나 자신도 가능하면 부정하고 회피하려고 애썼으나 지금은 여전히 쉽지 않지만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그것에 직면하려고 한다. 삶의 순간순간, 발생하는 상실과 대면하는 것을 배우며 살아간다. 우리는 상실을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에 우리는 이 세상에서 우리 자신을 포함하여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살아갈수록 얻음이나 획득보다는 잃음이나 상실이 더 많아지겠지만,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든 얻거나 획득할 때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기뻐할 것이다. 그러나 잃거나 상실할 때 슬프고 아픈 마음이 들어도 그것에 직면하면서 인생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고 싶다. 상실의 시간에 아파하면서도 굳게 서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목, December 28, 2023; mhparkⒸ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