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19. 00:02ㆍ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요즘 열심히 하는 일 중의 하나는 가지고 있는 책들을 스캔해서 컴퓨터에 보관하고 책은 기부센터에 가져다주는 일이다. 엄청난 양의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책이 집에 있어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나 자신이 보아도 불필요한(?) 또는 없어도 연구하며 사는 데 큰 지장이 없는(?) 책들은 솎아내어 버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게다가 책장에 빽빽하게 꽂혀 있는 책들을 보면서 책들이 서로에게 끼어서 답답할 것 같아 가능하면 숨 돌릴 틈을 줘야겠다고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결단하고서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스캔하기 시작했다.
책장에 끼어 있는 책들이 모두 정이 가고 또 돈도 적지 않게 주고 산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앞으로 별로 볼 것 같지 않거나 스캔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봐도 되겠다는 책들은 과감히 떠나보내기로 했다. 지금까지 수십 권을 떠나보냈다.
분주한 일상에서 많은 시간을 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나 시간을 내어 하루에 한두 권씩-책의 부피에 따라 다르지만-은 스캔하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죽 하다 보면 책장이 날씬해지고 틈이 많이 생길 것 같다.
처음에는 그동안 정든 책들을 떠나보내는 것이 쉽지 않았으나 이제는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어느 순간이 지나면 아마 무심하게도 아예 기억이 나지 않거나 ‘그런 책들이 내게 있었던가’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책을 포함하여 내게 익숙한 것들과 이별하면서 삶의 또 다른 면을 배우게 된다. 이렇게 가지고 있는 것들을 하나둘 떠나보내다가 나중에는 나 자신이 떠나가야 하는 시간이 올 것이다. 그때에는 책이 내게 더 이상 불필요하거나 없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여겨져 떠나보내는 것처럼 세상에 더 이상 내가 필요 없다고 여겨질 때 떠나보낼 것이다.
그 시간이 오기 전에 부지런히 읽고 사용하면서 나 자신도 많이 읽히고 쓰임을 받다가 떠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남은 인생의 기간이 ‘아름다운 떠남을 위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머무름’의 시간이 되도록 매일매일 아름답게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하게 된다. 이 다짐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최소한 삼일마다 그렇게 다짐하는 것도 지혜로운 실천일 것이다.
(일, December 17,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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