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엿보임>
2023. 11. 9. 05:16ㆍ생각 위를 걷다
동쪽 하늘 아침노을
그 빛을 흠뻑 맞으며
마음에 아침을 담고
아침에 발걸음을 담는 시간
구름 위로 피어나는
조양의 붉은 빛깔은
언제나 향기로운 커피처럼 그윽하고
솜이불처럼 포근하다.
발걸음 하나 둘 하나둘 옮겨 디디면서
새날을 가만히 끌어안고
아침을 깊게 호흡하며
생을 달콤하게 노래한다.
잎들 진 앙상한 나무들이
초연히 서 있는 늦가을 한적한 정취가
내 눈가에 쓸쓸히 와 닿기도 하지만
쌀쌀한 아침 바람의 속삭임
길 위에 두툼하게 쌓인 낙엽들
그리고 길가에 떨어져 있는 빨간 열매들이
탐스럽게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걷던 길 잠시 발걸음 멈춘다.
그리고 살며시 눈을 맞춘다.
눈길을 주니 마음도 함께 가져간다.
은은한 아침의 눈빛이
향기롭게 나를 엿본다.
그리 싫지 않다.
눈가에 미소를 담으며
모르는 척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수, November 8,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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